[인사이트] 강유정 기자 = 지난 23일 유튜브 채널 '영국남자'에는 6·25 한국전쟁 72주년을 맞아 특별한 영상이 공개됐다.
영상에는 19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18개월 동안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앨런 가이(Alan Guy) 할아버지가 등장했다.
가이 할아버지는 조쉬와 함께 맛보고 싶었던 계란찜, 김치전, 해물파전, 막걸리, 갈비탕 등을 맛보며 직접 겪은 전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할아버지는 여유로운 노후 대신 무려 20년이 넘도록 영국 참전용사협회 연락관으로서 한국전쟁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계셨다.
사진 속 앳된 외모의 가이 할아버지는 지금으로부터 69년 전인 1953년 1월, 5주 동안 배를 타고 평생 들어보지도 못한 한국이라는 나라의 땅을 밟았다.
한국 땅은 처참함 그 자체였다. 건물의 형태조차 알아볼 수 없는 폐허였다.
할아버지는 폐허가 된 한국을 마주하자 수많은 사람들이 이유 없이 고통받고 있는 현실에 어떻게 해서든 도움이 되고 싶었다.
가이 할아버지는 의무병으로 최전방 부대에서 모든 영연방 군인들의 건강을 책임졌다.
예방 의학 전문의로 겨울 장비 하나 없이 추위에 맞서며 군인들에게 어떻게 하면 동상이나 말라리아와 같은 병을 피할 수 있는지 교육했다.
질병의 원인을 알아내기 위해 밖에서 거대한 쥐를 잡아 와야 하는 궂은일을 하기도 했다.
힘든 전쟁을 겪은 후 고국인 영국으로 돌아간 할아버지는 한국전쟁만큼 처참한 현실을 마주했다.
당시 영국은 제2차 세계대전으로 전쟁이 이어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지쳐있는 상태였다.
군인들이 집에 돌아왔을 때 그 어떠한 환영 행사도 없었다.
할아버지는 자정이 다 되어 고향에 도착했지만, 교통편이 모두 끊겨 있었고 집이 기차역에서 8km나 떨어진 곳이었기에 경찰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경찰은 "너 군인 아니야? 그럼 걸어가!"라며 매몰차게 그의 요청을 거절했다.
결국 할아버지는 무거운 잡낭을 메고 8km를 걸어 집에 가야 했다.
가이 할아버지는 "아직도 많은 영국인들이 한국전쟁에 대해 모르고 있다. 사람들은 한국전쟁에서 잃은 영국 군인의 수가 1,106명으로 포클랜드,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다 합친 것보다 많다는 사실을 모른다"라면서 "몇 년 전 영국 내에서 한국전쟁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있었지만, 전쟁 70주년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아무런 관심도 받지 못했다"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어 "한국 사람들은 다르다. 우리를 정말 잘 챙겨준다. 국가보훈처의 초대로 약 40명의 참전 용사 부부가 매년 한국을 방문하고 있다. 모든 경비를 지원해주고 마치 귀빈처럼 대접한다"라면서 "우리를 잊지 않았고 앞으로도 잊지 않을 것 같다"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계속해서 할아버지는 "돌이켜 생각해보면 우리는 그저 우리에게 주어진 일을 했을 뿐이다. 내가 도움이 될 수 있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라고 말했다.
할아버지는 전쟁이 끝난 후 90년대에도, 2002년 월드컵 당시에도 한국을 방문했다.
발전한 한국의 모습을 본 가이 할아버지와 참전용사들은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고 한다.
할아버지는 "많은 참전용사들에게 한국 방문이란 다 그런 의미일 것"이라면서 "그때 내가 한국에 가지 않았다면 한국 연락관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22년째 일하며 매일 전화 통화를 통해 여러 사람과 소통하고 있다. 이게 아니었다면 집에서 담요를 덮고 TV나 보고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가이 할아버지는 주영한국대사관의 제안으로 함께 국방부 건물 옆 임뱅크먼트 정원에 영국인 참전용사들을 위한 기념비를 세우기도 했다.
할아버지는 "한국 사람들 덕분에 멋진 기념비를 갖게 됐다"라며 기뻐했다.
그러면서 한국인 시청자들에게 "저희 참전용사들을 위해 해주신 모든 것에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 어떻게 은혜를 갚아야 할지 모르겠다.람녀서 "참전용사들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저희 자식들, 손주들을 위해서까지도 노력해주시지 않나. 덕분에 앞으로도 오래 기억되리라 믿는다"라고 말했다.
해당 영상을 접한 누리꾼들은 "참전용사분들 덕분에 우리가 살고 있으니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한국의 발전은 한국 사람 외에도 모든 참전용사님들 덕분이다", "대한민국을 위기에서 구하신 진정한 영웅이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감사를 전했다.
한편 가이 할아버지는 이날 영상에서 직접 쓴 시를 공개해 시청자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어느 날 잠이 들었다가 불현듯 글이 파도처럼 밀려왔다는 할아버지는 아내의 아이브로우 펜슬과 휴지로 시를 써 내려갔다.
참전용사들을 기리는 할아버지의 시는 깊은 울림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