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6월 10일 시행되기로 했던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가 현실성 없는 정책이란 이유로 관련 업계의 거센 반발과 마주했다.
결국 일회용컵 보증제 시행은 6개월 뒤로 미뤄졌다.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는 반환된 컵을 재활용해 다시 컵으로 만드는 '순환경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는다.
그러나 반환이 가능한 일회용컵의 용기 재질 및 인쇄 범위에 대한 표준도 정해지지 않은 데다 컵 반납을 위한 인프라 부족, 관리비용 부담 등 실질적인 대책 부족으로 순환경제 실현과는 거리가 먼 상황이다.
그러던 중 지난 20일 화장품 기업 '시타(Siita)'가 일회용컵을 분해하겠다고 나서 눈길을 끌었다. 시타는 전 세계 최초로 플라스틱 제품 분해를 실현한 국내 기업이다.
시타는 100% 생분해 플라스틱으로 제조된 자사 제품의 빈 용기를 직접 수거해 자체 플라스틱 분해 시설에서 분해한 뒤 친환경 퇴비로 만든다.
블룸버그, IBT 등 외신은 환경 문제 해결의 패러다임을 바꾼 시타를 극찬하며 '화장품계의 애플'이라고 평가했다.
생분해 플라스틱을 실제로 분해하기 위해서는 전문 분해 시설이 필요한데 국내에서 실제 플라스틱을 생분해할 수 있는 시설은 시타가 직접 운영 중인 '루프 스테이션'이 유일하다.
시타는 공식 SNS를 통해 '루프 스테이션'의 연간 분해 규모 중 약 500톤을 외부 플라스틱 컵 분해에 할애할 예정이라며 2023년 상반기까지 그 규모를 1,000톤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일회용컵 분해를 원하는 협력사가 있다면 논의를 통해 기존에 사용 중인 생분해 플라스틱을 분해하거나, 완전 분해를 보장하는 일회용컵을 공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편, 보증금 제도가 시행돼 일회용 컵이 반환된다고 해도 실제 재활용률은 약 13%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회용 생분해 플라스틱 컵을 사용하고 직접 분해하는 것이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보다 혁신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여론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이유다.
시타의 행보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플라스틱 컵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데 있어 중요한 시작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 논란을 지켜본 누리꾼들은 시타의 이러한 행보에 큰 지지를 보내고 있다.
일회용컵을 세상에 남기지 않는다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 방식에 깊은 공감을 느낀다는 의견이 다수다.
공식 SNS 채널에선 이미 특정 기업의 플라스틱을 분해해 달라는 고객들의 요청과 함께 시타의 선언을 응원하는 다양한 메시지들이 쏟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