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29일(일)

전국노래자랑에 VIP석 마련하는 공무원에 "뭐 하는 짓이냐" 호통쳤던 송해 선생님

인사이트KBS1 '전국노래자랑'


[인사이트] 최재원 기자 = 지난 34년간 전국노래자랑을 이끌었던 고(故) 송해(본명 송복희)의 삶을 담은 평전 '나는 딴따라다'(2015)를 집필한 오민석 단국대 영어영문학과 교수가 송해와 함께 보냈던 1년을 돌이켰다.


지난 13일 오 교수는 CBS 라디오 '한판승부'에 출연해 송해와 관련된 이야기를 전했다.


오 교수는 송해가 자주 썼던 말 중 하나로 '공평하게'를 꼽았다. 오 교수는 "(송해 선생님은) 전국노래자랑 녹화할 때 그 지역 행정가들이나 지역 국회의원이라든가 지자체장들에게 절대 별도의 자리를 마련하지 않는다. 자리 없으면 중간에 앉으라고 한다. 이 무대의 주인은 행정가들이 아니라 국민이고 시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 교수는 이에 대한 어느 일화도 전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KBS2 '나를 돌아봐'


그는 "충청도 어느 지역에서 리허설을 하는데, 공무원들이 관객들 앉는 플라스틱 의자를 들고 앞으로 나왔다"며 "그러자 (송해 선생님은 이들에게) 뭐라 하셨다. 물어보니까 공무원들이 '여기 군수님 앉아야 하고, 구의원 앉아야 한다'고 하니까 그냥 소리를 지르셨다"고 했다.


이어 "(당시 송해 선생님이) '당장 치워라' '지금 뭐 하는 짓이냐. 당신들이 제일 앞자리에 그렇게 앉아 있으면 관객 국민이 다 긴장한다. 앉고 싶으면 저 뒤에 아무 데나 퍼져 앉아라. 특석이라는 건 없다'고 하셨다"며 "저는 그 위계를 단번에 무너뜨리는 게 아주 좋았다"고 덧붙였다.


또한 송해는 전국노래자랑 무대에 오르기 전 해당 지역 목욕탕을 꼭 들렀다고 전했다. 오 교수는 "지역 주민들하고 허심탄회 이야기를 해봐야 당신이 무대에 섰을 때 더 이렇게 가깝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송해의 평전 집필을 위해 1년간 송해와 전국노래자랑 스케줄을 비롯해 그의 술자리, 광고 미팅, 가요무대 녹화 등을 동행했다는 오 교수는 '송해는 어떤 사람이었느냐'는 물음에 "무대 위와 아래가 똑같은 건 다정다감하다는 것과 정이 많은 것, 그리고 사람을 하나하나 디테일까지 배려하신 것, 그리고 이건 실제로 무대 밖에서 더 깊고 심하시다"고 기억했다.


한편 송해는 지난 8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자택에서 별세했다. 1927년생인 고인은 1955년 창공악극단을 통해 데뷔했으며 지난 1988년부터 '전국노래자랑' 진행을 맡아 34년간 프로그램을 이끌었다.


고인은 지난 5월 '최고령 TV 음악 경연 프로그램 진행자' 부문으로 기네스 세계기록에 오르기도 했다. 또 희극인 최초로 금관문화훈장을 받았다.


고인의 영결식은 지난 10일 진행됐으며 유해는 생전에 '제2고향'이라고 여기던 대구 달성군 송해공원에 안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