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임우섭 기자 = 수능에서 전국 2등을 할 정도로 머리가 좋았던 아들이 군에 입대해 첫 휴가 때 사망했다. 이에 엄마는 의혹을 파헤쳤지만 국방부로부터 '악성 민원인'으로 낙인찍혔다.
지난 7일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2019년 1월 육군에 입대했던 조준우 일병은 그해 7월 첫 휴가 둘째 날 서울 관악구 자택 아파트에서 몸을 내던져 사망했다.
그는 2017년도 수능 시험에서 단 한 문제 만을 틀려 전국 2등으로 이름을 알린 인물이기도 하다.
사망 전날까지도 아들은 초콜릿을 사달라고 하는 등 평소와 다름없다. 입대 직후 병무청에서 실시한 복무적합도·군생활적응 검사에서도 모두 '양호'를 받았었다.
조 일병의 사망은 관할 부대 수도방위사령부 헌병단(현 군사경찰단)과 보통검찰부가 조사를 맡았다. 조사 결과 조 일병이 군 복무 중 불면과 우울을 앓고 있었다는 것이 확인됐다. 하지만 2019년 12월 군 사망자 순직 여부를 결정하는 육군 보통전공사삼심사위원회에서는 조 일병의 죽음을 '일반사망'으로 판정했다.
직무 수행과 무관한 개인적인 이유로 사망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결정서에는 '자유롭지 못한 군 환경', '생활의 단조로움', '연등(취침 시간 이후에도 따로 공부 등을 하는 것)'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사망 이유로 명시했다.
이를 본 유가족은 억울함에 재수사를 요청했다. 그럼에도 받아들여지지 않자 가족은 직접 조사에 나섰다. 이중 엄마는 2020년 7월부터 조 일병과 같은 부대에서 근무한 선후임 병사 5명을 찾아다녀 이야기를 들었다.
이와 함께 조 일병이 2018년부터 쓴 일기장 네 권을 전부 읽었고 또 민원과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아들이 복무할 당시 부대 운영 상황도 살펴봤다.
유가족은 조사를 통해 아들이 복무한 부대 병사들이 과도한 당직 근무에 시달렸다는 사실을 접하게 됐다. 인근 대대의 당직 근무 횟수는 월평균 1.4회 정도인데 조 일병네 부대는 한 달 평균 당직 근무 횟수가 4~5회에 달했던 것이다.
특히 조 일병은 부대 막내임에도 전입 후 약 3개월간 13차례나 당직 근무를 섰고 사망 한 달 전에는 3회 연속 당직 근무에 들어가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유가족은 해당 부대 행정보급관이 병사들을 폭행·모욕 등 혐의로 2020년 11월 징계처분을 받은 점도 알아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국방부에 순직 여부 재심사를 권고했고 국방부 중앙전공사삼심사위는 이를 받아들여 2021년 8월 조 일병은 '일반사망'이 아닌 '순직'으로 변경됐다. '군 복무 중 연속적인 당직 근무 임무 수행으로 인한 업무 과중과 스트레스 악화', '행정보급관의 비위행위로 인한 무언의 압력과 스트레스'가 인정된 것이다.
하지만 유가족들은 여전히 의혹에 잠겨 있다. 군의 초동 수사와 담당 군 간부의 책임은 전혀 없는 것인지 의문이 생겼다.
조 일병의 엄마는 "당직 근무 현황 자료는 당시 수사관에 제출됐고 행보관에 대한 병사들의 신고는 수사 기간에 이뤄졌다. 일기장엔 '한 선임 병사로 인해 불편하다'는 내용도 네 차례 나오는데 이에 대한 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군 경찰이 사망 장병 유족에게 국선변호사를 선정할 수 있다고 고해야 하는 규정도 안내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엄마는 "심리 부검도 요청했지만 담당 수사관은 '그건 검사가 할 수 있다'며 거절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육군 보통검찰부에서 재조사를 했다. 수사상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당시 수사 책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수사는 공정하게 이뤄졌다"고 했다. 하지만 유가족은 수사 담당자를 직무유기와 직권남용 혐의로 2020년 10월 고소, 육군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재정신청을 했다.
23년간 초등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던 조 일병의 엄마는 매일 서울 남현동 수방사 정문에서 1인 시위를 벌이다가 국방부의 '악성 민원인'이 됐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 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 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