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1] 고승아 기자 = "그땐 정말 미안했고, 죄책감도 들었다."
가수 슈(41·본명 유수영)는 힘들었던 시기를 담담하게 털어놓다 아이들 이야기에 결국 눈물을 흘렸다.
최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슈를 만났다. 그는 긴장한 모습으로 신중하게 자신의 논란에 대해 솔직한 심경을 고백했다.
한때 도박에 빠졌다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온 뒤 많은 것을 깨달았고, 여러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진심을 전했다.
담담하게 말을 이어가던 슈는 인터뷰 도중 걸려온 아들의 전화를 조심스레 받으며 행복해 하는 등, 여전히 화목한 가족의 모습도 보여줬다.
지난 2018년 슈가 수억원대 도박을 한 일이 밝혀져 충격을 안겼다.
1990년대 인기 걸그룹 S.E.S. 출신으로 이후에도 가수와 배우, 방송인으로 활발하게 활동했던 톱스타가 갑작스럽게 도박 련련 구설에 오른 것. 특히 슈는 지난 2010년 농구선수 임효성과 결혼한 뒤 슬하에 세 자녀를 두고 있는 데다, 방송과 연극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었기에, 동료들과 팬들의 충격은 더 컸다.
당시 슈는 지난 2018년 서울의 한 호텔 내 카지노에서 2명에게 모두 6억원대의 돈을 빌린 뒤 이를 갚지 않아 사기 혐의로 피소됐다. 이후 검찰이 수사를 진행, 사기 혐의에 대해서는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검찰은 조사 과정에서 슈가 지난 2016년 8월부터 2018년 5월까지 마카오 등 해외에서 수차례에 걸쳐 7억9000만원대 규모의 상습 도박을 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2018년 12월 검찰은 슈를 해외 상습 도박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고, 슈는 지난 2019년 2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과 함께 사회봉사 명령 80시간을 선고받았다.
이후 슈는 도박 빚으로 빌린 3억4000만원대 규모의 대여금을 갚지 못해 지난 2019년 5월 고소당하기도 했다. 해당 소송은 지난 2020년 11월 조정을 거쳐 합의로 마무리됐다.
더불어 슈의 채무로 인해 슈가 소유하고 있던 건물의 세입자들은 임대차 보증금을 가압류당했다. 이와 관련 슈 측은 도박 빚과 세입자 문제를 모두 해결했다고 밝힌 바 있다.
도박 논란이 처음 불거진 뒤 4년 만인 올 초, 슈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자필 사과문을 올리고 "나로 인해 속상하셨을 팬분들과 국민 여러분에게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라고 해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그러면서 초심으로 돌아가 유수영으로 열심히 살아가겠다고 했다.
이후 슈는 4월 방송에 출연해 복귀에 시동을 걸었다. 당시 방송에서 논란 이후 힘들었던 시간을 고백하며 새 삶을 살고 싶다고 다짐했고, 응원이 이어졌다.
현재 슈는 자신과 같은 사람들을 돕기 위해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도박에 빠진 이들을 도와줄 수 있는 한국코칭협회 초급 과정도 밟고 있으며, 도박 예방 캠페인에도 적극적으로 참여 중이다.
그는 "공부하면서 스스로도 치유가 되고 있는데, 이렇게 배운 것들을 같이 나누고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와 함께 슈라는 사람 역시 사소한 것에서 행복을 찾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인터뷰】①에 이어>
-사건 이후에도 S.E.S. 멤버 바다와 유진이 많은 응원을 보내줬다. 최근에는 이들과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예전엔 멤버들한테 (도박에 대해) 말을 아예 안 했다. 그런데 바다 언니와 유진이가 계속 자기들한테 상의하라고 해서, 나도 많이 얘기하려고 한다. 원래 내가 연락을 잘 안 받는 스타일인데, 이제 한 번이라도 안 받으면 바다 언니가 화를 내더라. 하하. 메신저에 음성 메시지를 엄청 많이 남기면서 신신당부를 한다. 유진이도 정말 힘을 많이 준다. 이런 것들이 너무너무 고맙다.
-S.E.S. 멤버들과 다시 노래하고 싶진 않나.
▶내가 문제이지 않았나. 내가 잘해야 하고, 나만 잘하면 될 것 같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언제든 열어 놓고 있다. 우리는 꾸준히 함께 해왔으니까, 열어놓고 생각 중이다.
-항간에 이혼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내가 여러 사건에 휘말리며 그런 이야기가 나온 것 같다. 하지만 이혼 아니다. 잘 지내고 있다. 그저 내가 저지를 잘못에 대한 책임은 스스로 해결하는 게 맞고, 이건 내 문제이니까 가족들에 피해 주고 싶지 않았다. 이제 가족들을 지켜주고 싶다. 아이들 역시 어디 나오지 않게 하고 싶다. 나 홀로 이겨내면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을 뿐이다.
-아이들에는 어떤 모습을 보여주려 했는지.
▶활동할 때는 많이 놀아주려고 해도 바빠서 그러지 못했는데, 오히려 쉬는 4년 동안 아이들과 지내면서 나 역시 성장한 것 같다. 그동안 엄마가 열심히 일하고 봉사하는 모습을 보여주려 했고, 아이들 역시 엄마의 노력에 대해 많이 알게 된 듯하다. 나도 아이들 앞에서 잘 이겨 나가려고 노력했다. 물론 도망친 적도 있었지만. 애들은 (논란을) 모른다. 너무 미안하고 죄책감도 들지만, 아이들을 생각해서 더 열심히 살려고 한다. 아이들한테 뭐 하나라도 사주기 위해서 무슨 일이든 할 것이다. 하지만 나쁜 일은 절대 안 한다. 우리 가족한테 참 미안했어서 이제 많이 웃으면서 마음 단단히 먹고 가보려고 한다.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사소한 것에서, 일상에서 행복을 찾아보려 하고 있다. 여기서 찾는 행복이 나의 다음 스텝이 되지 않을까. 뭐든 타이밍이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해도 안 될 때가 있지 않나. 그땐 정말 힘들었는데, 이제는 주변에 도와주는 분들이 많이 있으니 하나하나 상의하면서 즐거운 시간울 보내고 싶다. 막연히 상상만 하는 건, 카페를 차려서 일주일에 한 번, 사람들이 모여서 달래주고, 서로의 생각도 얘기하는 그런 자리를 만들어보고 싶다. 이야기를 편하게 공유하면서 그렇게 늙어 가는 게 꿈이다.
-올해 데뷔 25주년을 맞았는데 이 시간을 되돌아본다면. 앞으로의 각오도 궁금하다.
▶아직도 마음은 정말 데뷔 때 같다. 주변이 너무 많이 변했는데 나만 안 변한 것 같다. 그래도 아이들이 생기고, 옛날 사진을 보면 변한 걸 실감한다. 하하. 앞으로는 사람 냄새가 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멋있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