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1] 김민지 기자 =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안나라수마나라'(연출 김성윤, 극본 김민정)는 꿈을 잃어버린 소녀 윤아이(최성은 분)와 꿈을 강요받는 소년 나일등(황인엽 분) 앞에 어느 날 갑자기 미스터리한 마술사 리을(지창욱 분)이 나타나 겪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판타지 뮤직 드라마다. 하일권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동화 같은 콘텐츠를 만들어내 호평을 얻고 있다.
지난 6일 공개된 '안나라수마나라'는 7일 넷플릭스 전 세계 TV 프로그램 부문 7위, 8일에는 세 계단 상승한 4위를 기록하며 인기를 끄는 중이다. 이에 대해 연출을 맡은 김성윤 감독은 "사실 실감이 안 난다"라고 소감을 밝히며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셔서 감사하다. 이 이야기를 통해 감동을 받고 여운이 남는다는 평을 받으면 보람될 것 같다"는 반응을 전했다.
'안나라수마나라'는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웹툰 원작물은 탄탄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해 기대감을 높이지만, 원작에 담긴 이야기와 영상미를 그대로 구현해야 한다는 숙제도 주어진다. '안나라수마나라' 역시 이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 김 감독은 "내 능력치의 한계도 있고, 영상화하는 과정에서 텍스트 사이 행간을 채우지 못한 부분도 있다"라며 "100% 잘 구현하면 좋겠지만 어렵다"라고 솔직한 생각을 전했다.
또한 김 감독은 '안나라수마나라'가 판타지 뮤직 드라마라고 알려졌지만 감정 성장극에 더 가깝다며, 캐릭터들이 성장하는 과정과 감정선에 집중해달라고 당부했다. 10일 김 감독과 화상 인터뷰를 통해 작품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안나라수마나라'가 공개 이후인 8일 넷플릭스 TV 프로그램 부문 세계 4위를 기록할 정도로 큰 사랑을 받고 있는데, 소감이 궁금하다.
▶시청률 같은 객관적 수치는 안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4위라는 기사가 났더라. 사실 실감이 안 난다. 어렵고 힘든 작업이었는데, 많은 분들이 봐주고 공감해주는 것에 감사할 뿐이다. 이 작품을 통해 감동을 받고 여운을 느꼈다는 평을 받으면 작품을 한 보람을 느낄 것 같다. 그게 칭찬이 아닐까.
-OTT에서만 작품을 공개한 건 처음인데, 어떤 점이 기대되고 염려됐는지.
▶TV 채널을 통해 방송이 되면 촬영을 하면서도 피드백이 오기 때문에 스토리나 캐릭터들을 수정할 수도 있다. 그런데 OTT는 다 만들어놓고 결과를 기다리니까…'안나라수마나라'는 지난해 9월에 촬영이 끝나서 마음속에서 떠나보낸 지 오래라 나올 때도 떨리지 않더라. 또 내가 이 업계에서 20년 정도 있어서 국내 반응은 예상할 수 있었는데, 전 세계 사람들이 이 콘텐츠를 어떻게 볼지는 미지수니까 기대되고 우려스러운 부분도 있었다.
-어떤 부분이 우려됐을까.
▶사실 넷플릭스에서는 '안나라수마나라'를 판타지 뮤직 드라마라고 홍보라는데, 나는 감정 성장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캐릭터의 성장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분명하다. 뮤지컬 드라마를 하고 싶어서 이걸 한 게 아니라, 음악적인 부분을 차용한 거다. 원작 속에 아이의 속마음이 많이 나오는데 내레이션만 하면 지루하거나 루즈해질 수 있다. 그런데 패스하기에는 그 속마음이 메인 캐릭터의 주된 감정이라고 봤다. 이 부분을 내레이션 말고 다른 부분으로도 할 수 있을 것 같아 고민하다가 그 수단으로 노래를 사용한 거다. 가사에 아이의 내레이션처럼 감정이 들어갔다. 음악이 감정 전달의 도구였다. 또 마술, 판타지적인 부분이 들어갈 때 백 뮤직이 깔리는데, 가사를 통해 리을의 마음을 전달하고 판타지를 극대화시키는 장치로 썼다. 이 부분에 호불호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어떤 사람들은 좋아하지만, 일부는 오그라들 수도 있으니까. 그래서 음악신, 회상신으로 넘어갈 때 이질감이 없도록 브릿지에 신경을 썼다.
-'안나라수마나라'는 연기뿐만 아니라 노래, 안무까지 담아야 하는 뮤직 드라마 장르라 고심이 많았을 듯하다. 감독으로서 연출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이 작품에 마법에 가까운 판타지가 있는데, 판타지와 현실 세계 부분의 톤앤매너가 어느 정도 일치가 돼야 한다. 의상, 마술, 캐릭터, 연기 등이 어느 정도 톤앤매너 안에서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신경 썼다. 또 원작의 메시지를 효율적으로 잘 전달하는 것, 표현 때문에 이를 잃어버리지 않는 것 등을 생각했다.
-아이와 일등이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리을이는 어떤 존재라고 생각하는지.
▶리을은 키다리 아저씨일 수도 있고, 산타클로스일 수도 있는데 반전이 있다. 일등이에게 리을의 과거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이들에게 마술은 어떤 도구일 뿐이고 결핍된 부분이 있다. 돈 때문에 잃어버린 소중한 감정과 괴로움이 있을 때 리을이 마술과 동시에 정서적인 지지를 주지 않았나. 이후에 그들이 서로를 믿게 되고 리을은 나를 믿어주는 단 한 사람만 있으면 된다고 한다. 그게 정서적인 지지를 주는데, 살면서 누군가에게 지지를 받는 게 중요한 부분이지만 쉽지는 않은 것 같다. 그런 부분이 이 작품이 주는 메시지 중에 하나가 아닐까 한다. 리을이가 정서적인 지지를 받고, 아이가 마술로서 위기에 처한 그를 구출해주는 장면이 이 작품을 하는 이유이자 카타르시스가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이게 6부에서야 드러나지만 거기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다 들어가 있다.
-극에서 수차례 나오는 '당신은 마술을 믿습니까'라는 리을의 대사가 함의하고 있는 바가 무엇이라고 보나.
▶내가 작가님은 아니라 의도는 모르지만 각자 믿고 싶어 하는 부분에서 이 대사가 작은 기적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우리가 살면서 어떤 순간들을 생각하면, 일상에서도 마법 같은 순간이 있다.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하며 '이 아이디어가 전체적으로 구현이 될까?' 싶은데 작품이 되는 것도 마법 같다. ('마술'이) 사람들이 바라는 바일 수도 있고, 딱히 답을 주기보다는 보는 사람이 결핍돼 얻고자 하는 부분을 지지받지 않았을까 한다. 내게는 작은 기적의 느낌이다.
-리을의 파트너인 미녀는 실제 앵무새로 알고 있는데, 현장에서 지창욱과 호흡은 어땠나. 새장이 무너지며 미녀가 다치는 신 촬영 비하인드도 궁금하다.
▶미녀는 극에서도 중요한 캐릭터라 올 CG는 부담됐다. 배우가 실제로 미녀를 만지고, 미녀도 어깨에 올라앉는 신이 있어서 그런 장면은 앵무새의 컨디션에 맞춰서 촬영을 했다. 두 마리의 미녀를 두고 한 친구의 컨디션이 안 좋으면 다른 친구가 촬영하는 식으로 했다. 이 친구들도 각자 잘하는 신이 있더라.(웃음) 지창욱도 미녀의 컨디션에 맞춰 기다리고 해 줘서 이 자리를 빌려 고맙다. 새장이 무너지는 신은 올 CG다. 넷플릭스에서는 동물이 다치는 신을 찍을 수는 없어서 CG로 구현했다. 어려운 부분이 있었겠지만 커트가 짧고 긴박하게 돌아가 가능하지 않았나 한다. 티가 안 났다면 우리 CG팀이 잘한 것이다.
-일루셔니스트 이은결이 마술 작업에 참여했는데, 가장 중점을 뒀던 부분은 무엇이었나.
▶마술에 중점을 둔 건 리을이 하는 게 어떤 콘셉트인지다. 원작에서는 지질한 마술이었지만, 우리는 판타지를 극대화해 톤앤매너를 어떻게 잡을지 고민했다. 이은결은 콘셉트와, 디자인에 강점을 가진 분이라 작품 전체의 톤앤매너에 대해 이야기했던 것 같다. 또 어떤 마술을 하는 게 맞는지 도움을 받았다.
-이은결이 쿠키 영상에서 관객으로 등장했는데, 다른 형태로 출연시킬 생각은 없었는지.
▶사실 그 장면에는 모든 스태프들이 다 나왔다. 작가, 안무가도 있었는데 아무래도 이은결이 셀럽이다 보니 빨리 파악하신 게 아닌가 한다.(미소) 다른 작품을 하게 되면 또 모시고 싶다.
<【N인터뷰】②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