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한솔 기자 = 지난 2003년 2월 18일, 시민 192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구 지하철 참사.
화마에 딸을 잃은 아빠는 전하지 못한 선물을 지금까지도 간직하고 있었다.
지난 5일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꼬꼬무)'에서는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에 대한 이야기가 그려졌다.
당시 수상한 남자가 한 손엔 약수통, 한 손엔 라이터를 든 채 지하철에 탑승했다. 1079호 열차가 중앙로역에 들어서던 그 순간 남자의 바지에서 시뻘건 불길이 치솟았다.
열차 안에서 솟구친 불은 삽시간에 옆 칸으로 또 옆 칸으로 옮겨 붙었다.
불길을 피해 승객들의 탈출이 시작되던 그때, 불길이 번져가는 지하 3층 선로에 또 한 대의 열차가 들어오면서 화재는 더욱 커지고 말았다.
그날, 사고로 딸 지은 양을 잃은 아버지 윤근씨가 용기를 내 '꼬꼬무' 카메라 앞에 섰다.
윤근씨 가족이 먼저 떠난 딸을 회상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아이의 흔적이 담긴 물건을 꺼내 보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소중하게 간직해온 것은 수십 개의 낡은 테이프다.
딸이 결혼하는 날 선물로 주기 위해 태어났을 때부터 자라오는 아이의 목소리를 25년 동안 녹음해 놓은 것이었다.
그 속엔 너무나도 생생한 목소리가 담겨있었다. 사고가 나기 불과 16일 전의 목소리도 녹음됐다.
윤근씨는 "이 세상에서 어느 부모에게도 받지 못할 값진 선물을 받았다고 지은이가 생각하지 않겠나 하는 마음으로 녹음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맙게, 반갑게 들어야 할 딸은 가고 나 혼자 (듣고 있다)"며 비통해 했다.
2003년 겨울의 끝자락 수많은 생명을 앗아갔던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는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유가족들의 가슴속에 선명히 남아있다.
오늘 꼬꼬무에서 제일 많이 울었던 장면
— 유느님이진리 (@YuneunimI) May 5, 2022
딸이 결혼하는 날 주려고 25년 동안 녹음 해놓은 딸의 목소리를 이제 혼자 들으시는 아버지 ㅠㅠㅠㅠㅠ pic.twitter.com/rYlWi7ReJ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