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정현태 기자 = 1999년 인천 인현동의 한 호프집에서 발생한 화재 사건의 충격적인 전말이 공개됐다.
지난 7일 오후 방송된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에서는 23년 전 일어난 인천 인현동 화재사건을 조명했다.
1999년 10월 고등학교 2학년 수연이(가명)는 기말고사가 끝난 기념으로 친구 진선이(가명)를 만나 신분증 검사를 안 하는 호프집 '라이브'에 갔다.
그런데 수연이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라이브' 건물에 불이 났다.
이 화재로 진선이를 포함해 총 57명이 세상을 떠났다. 대한민국 역사상 세 번째로 인명피해가 큰 화재 사건이다.
사망자는 한 명 빼고 모두 중·고등학생이었다. 건물 지하 1층에서 1명 사망, 1층 사망자는 없었다. 3층 당구장은 부상자만 17명. 2층 호프집만 사망 56명, 부상 62명으로 피해가 컸다.
호프집은 창문도 컸고 뛰어내릴 수도 있을 법한 높이였지만 100명이 넘는 아이들이 나오지 못했다.
처음 불은 지하 노래방에서 났다. 노래방은 동굴 스타일로 인테리어 공사 중이었는데 돈을 아끼려고 방염처리가 안 된 우레탄 폼을 사용했다.
페인트칠을 하던 중 10대 아르바이트생 두 명이 대걸레에 시너를 묻혀서 바닥 페인트 자국을 지웠다.
시너 기름이 기화돼 유증기가 됐고, 아르바이트생이 담배를 피우려다가 라이터 불에 '펑' 소리가 나며 불이 붙었다.
1층에서 입장을 기다리던 아이들은 옥상으로 뛰어올라갔는데 문이 잠겨 있어 3층 당구장으로 내려와 창문을 깨고 탈출해 전원 생존했다.
2층 호프집에 있던 아이들은 화재를 알고 출입문으로 달려갔지만 지배인이 돈을 내고 가라며 막았다.
그런 가운데 시커먼 연기가 밀고 들어왔다. 이미 계단은 불길이 거셌고, 창문은 안쪽이 막혀 있었다.
지배인은 주방 환풍기를 떼어내고 혼자 탈출했으며, 2층에서 겨우 살아남은 준영이(가명)가 따라 나가려 했지만 뜨거운 연기가 밀려들어 기절했다.
다른 아이들 수십 명은 비상구 불빛을 따라 찾아간 좁은 화장실에 포개진 상태로 세상을 떠났다.
이후 호프집 사장이 운영하고 있던 업소 8개가 모두 무허가 영업 중이었으며 그가 경찰과 공무원 40여 명에게 뇌물을 먹여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호프집 사장은 징역 5년, 혼자 도망친 지배인은 징역 3년 6개월, 뇌물 받은 경찰과 공무원은 실형 받은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세상을 떠난 56명의 학생들은 호프집에 갔다는 이유로 '불량학생' 꼬리표가 붙었고, 유가족들은 '인천 인현동 호프집 화재 사건'이라는 이름에서 '호프집'을 떼어달라고 호소해 안타까움을 유발했다.
※ 관련 영상은 1분 3초부터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