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소영 기자 = 조선소설은 괴탄불경지서(怪誕不經之書)라 하여 괴이하고 불경하며 인륜과 이치에 어긋나는 것으로 여겼다.
소설가는 '색은행괴지도(索隱行怪之徒)'라 하여 궁벽한 것을 캐내고 괴상한 일을 행하는 무리로 칭해졌다.
중종 때 채수는 '설공찬전(薛公瓚傳)'을 지었다고 하마터면 교수형을 당할 뻔했다. 정조는 소설 수입 금지령을 내렸고 '소설'이라는 두 글자는 사용해서는 안 될 금기어가 되었다.
유교적인 이데올로기가 지배하던 폐쇄적 상황 속에서 작가의 상상력에 바탕을 두고 허구적으로 이야기를 꾸민 소설가와 소설은 박대와 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유교라는 정치 이념이 구심력을 공고히 할수록 이를 벗어나려는 원심력으로써 소설이 강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일부 유학자들은 금단을 향해 과감히 나아갔고 우리 조선소설비평에는 그 체험적 고민들이 남아있다. 금단을 향한 매혹의 질주였다.
우리 소설의 호적을 정리한 유만주, 우리 소설 연구 기틀을 세운 김태준이 그들이다. 이들은 소설을 '잡것 출신'의 '자질구레한 이야기'로 보지 않고 민간에 떠돌고 있는 신이한 이야기를 취하여 허구적 구성으로 인정물태를 총체적으로 드러낸 서사체로 이해했다.
마침내 김시습은 소설을 '사탕수수처럼 달콤하다'고 했고, 춘향을 소재로 한 한문소설 '광한루기(廣寒樓記)'를 비평한 소엄주인(小广主人)은 소설을 읽으면 '기를 돕고 운을 돕고 신을 돕고 격을 돕는다'고 했다.
이 책의 저자인 간호윤 인하대 초빙교수는 "조선소설비평은 '억눌려 온 자들이 그려낸 소설에 대한 존재증명'이다. 우리 조선소설사에서 소설가란 늘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피 흘리며 전진해 온 자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늘 현실에서 소외되었다. 괴력난신과 색은행괴가 그림자처럼 따라 붙어도 이들에게 소설은 욕망의 소통로였으며 달콤한 매실이었다"고 말했다.
간호윤 저자는 조선소설비평은 "제복을 차려입은 문학인 '대설(大說, 유학 도리를 쓴 큰 글)'에 맞선 '소설(小說, 자질구레한 이야기)'의 소중한 가치를 온전하게 자리매김한 투쟁의 역사"라며 "문자 위에서 펼쳐지는 비평어들 향연보다는 그 안에 내재한 고민을 들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했다.
조선소설과 조선소설비평을 둘러싼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풀어 쓴 책. 국문학자로서 고소설 연구에 매진해 온 저자가 우리 조선소설비평을 국문학적 소양이 없는 일반 독자들도 보기 쉽도록 엮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