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07일(월)

4대강 조사한다며 겨울잠 자는 멸종위기종 포획, 물고기 괴롭히는 환경단체

인사이트지난 12일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염형철 공동대표 페이스북에 올라왔다가 삭제된 사진


[인사이트] 유진선 기자 = 한 환경단체 대표가 4대강 모니터링 활동을 한다며 겨울잠에 든 민물고기 수백 마리를 포획한 사진을 페이스북에 공개해 논란이 일었다.


잡힌 물고기들 중에는 멸종 위기종으로 지정된 어종들도 포함됐는데, 해당 단체는 환경청의 '불허' 통보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활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조선일보의 단독 보도에 따르면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은 지난 1월 환경청에 경기 여주 삼합리 일대에서 꾸구리와 흰수마자 등 멸종 위기 어종을 잡겠다는 포획 신청서를 냈다.


보 개방으로 다양해진 한강 일대 어종의 변화를 기록하겠다는 취지였다.


인사이트지난 12일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염형철 공동대표 페이스북에 올라온 글


이에 환경청은 국립생태원 소속 어류 전문가에게 "꾸구리 등 보호종은 3월까지 동면에 들어가 포획하면 안 된다"는 의견을 받은 뒤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측에 불허 통보를 내렸다. 이와 함께 "모니터링 활동을 하더라도 물고기에게 스트레스를 주어서는 안 되며 눈으로만 관찰하라"고 했다.


하지만 지난 12일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염형철 공동대표의 페이스북에는 "이렇게 많은 물고기가 잡히는 족대질도 처음 봤다. 한꺼번에 엄청난 수의 피라미가 잡혔는데, 한 곳에 뭉쳐서 겨울잠을 자고 있었던 모양이다. 오늘도 꾸구리, 묵납자루 같은 보호종을 비롯해 20여 종의 물고기들을 만났다. (당연히 기록만 하고 바로 놔줬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와 함께 민물고기 수백 마리를 잡아올린 사진도 공개됐는데, 해당 사진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이를 두고 "환경을 보호해야 할 단체가 생태계를 위협하는 활동을 벌였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인사이트멸종위기 담수어류 '꾸구리' 포스터 / 환경부 홈페이지.


전문가들은 겨울잠을 자는 물고기를 잡았다가 바로 풀어줬다고 해도 포획 행위 자체가 물고기에게 큰 위협이 된다고 지적했다.


환경청의 멸종 위기종 관리 부실 문제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에 환경청은 지난 16일 협동조합 측에 불법 포획에 대한 사실 확인서를 제출하라고 통보했다.


환경청 관계자는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확인서를 통해 불법 포획 여부가 밝혀지면 고발 등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꾸구리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된 우리나라의 고유종이다. 한강과 금강 수계에서만 서식하는 종으로 4대강 사업 등 대규모 하천 개발로 서식지가 파괴되면서 멸종 위기에 놓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