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07일(월)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에 살기 싫다고 글 썼는데 실제로 경찰이 출동했습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임우섭 기자 = 가벼운 생각으로 커뮤니티에 살기 싫다고 글을 썼다가 실제 경찰들이 집으로 출동하는 일이 발생했다.


평소 공부로 인해 스트레스 받던 여성 A씨는 즐겨 이용하던 커뮤니티 '네이트판'에 이 같은 글을 썼다가 경찰이 출동했다. 이로 인해 가족들 모두에게 해당 글을 작성한 사실을 들켜버렸다.


지난 17일 네이트판에는 "X살 관련 글 쓰면 진짜 경찰 와"라는 제목으로 글이 올라왔다.


A씨는 전날 밤 새벽 감성에 취해 '삶에 의지가 없다. 살기 싫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는 내용의 글을 썼다가 이날 아침 경찰에게서 수십 통의 부재중 전화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글에 따르면 A씨는 전화가 왔을 당시 자신에게 온 전화가 아닐 것이라 믿고 휴대폰을 들지 않았다. 끊임없이 휴대폰에서 진동이 들려오자 겁에 질렸던 그는 자고 있던 아버지를 깨워 대신 전화를 받아 달라고 부탁했다.


놀란 마음에 곧바로 휴대폰을 든 아버지는 수화기 너머로 경찰서 내에 근무하는 한 경위의 목소리를 들었다.


이 과정에서 아버지는 경찰에게서 "신변이 위험한 것 같아 전화드렸다. 방문하기 위해 정확한 집 주소를 부탁드린다"고 요구받았다.


이에 아버지는 보이스 피싱으로 의심해 되레 경찰의 신상을 확인했고 직접 경찰서로 전화한 뒤 실제로 접수된 사건임을 확인했다.


인사이트A씨가 올린 사진 / 네이트판


경찰서를 통해 확인한 결과 한 누리꾼이 A씨가 실제로 극단적 선택을 할까 봐 신고를 한 것이었다.


경찰서에 전화하는 동안 경찰 쪽에 GPS가 확인돼 A씨의 휴대폰에는 'OO지구대에서 출동했다'는 메시지가 도착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관 두 명이 A씨의 집을 방문했다.


경찰관들은 아버지와 함께 집 밖을 나온 A씨에게 간단한 신상을 조사하고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무슨 글을 썼었는지 물었다. 


이에 A씨는 사실 공부가 하기 싫어 살기 싫다는 글을 썼었던 것이라고 고백했고 옆에 있던 아버지는 A씨의 말을 듣고는 "공부도 안 하면서 무슨 그런 글을 쓰냐"며 꾸짖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또 뒤늦게 A씨의 어머니는 놀란 표정으로 무슨 일이냐며 집 밖에 나왔고 경찰관들은 허탈한 웃음과 함께 자리를 떠났다.


A씨는 이 일로 경찰이 출동한 것도 민망하지만 부모님에게 이 같은 글을 들켰다는 것 자체가 너무 창피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신이 문제아가 된 것 같다며 집을 탈출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끝으로 "절대 인터넷에 (극단적 선택) 관련 글을 올리지 마라. 키워드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아도 경찰이 찾아온다"고 경고했다.


A씨의 글을 본 누리꾼들은 "오히려 저렇게 찾아오는 게 더 힘들듯", "아버님 말하는 거 웃프다", "이렇게 해서라도 한 명 살린다면 가치 있는 듯"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무심코 지날 수 있었던 익명 글을 잊지 않고 신고한 누리꾼들의 마음 씀씀이가 세상은 아직 살만하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