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07일(월)

군번줄 안 차고 돌아다니는 신병 주의줬다가 '마음의 편지' 찔려 전출당한 육군 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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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박상우 기자 = 담배를 입에 문 채로 이동하고, 군번줄을 착용하지 않는 신병에게 주의를 줬다가 전출을 당했다는 육군 병장이 억울함을 호소했다.


지난 9일 페이스북 페이지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육대전)에는 "무언가 단단히 잘못돼가고 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게시글에서 자신을 모 사단 포병대대서 복무 중인 병장이라고 밝힌 A씨는 "요즘 군대가 예전 같지 않고, 이제는 선임들이 새로 들어오는 신병들의 눈치를 봐야 한다는 말 동의하시냐"라며 말문을 열었다.


A씨에 따르면 신병 B씨는 들어오자마자 슬리퍼를 신고 막사 외부를 돌아다니거나 흡연하러 갈 때 입에 담배를 문 채 이동했다. 또 전우조 활동을 하지 않고 막사 외부에 통화를 하러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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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군번줄을 착용하지 않고, 막사에서 멀리 떨어진 포상에서 혼자 통화를 하는 등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부대원들은 A씨에게 주의를 줬다. 그러나 B씨를 비롯한 신병들은 "자꾸 간부가 해도 된다고 했다"며 선임병들에게 공격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A씨는 간부들은 오히려 신병 편을 들어줬다고 한다. "얘들이랑 말도 하지 말아라", "분대장을 제외하곤 얘기하지 말라"는 등의 지시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행동은 계속됐고, A씨는 결국 B씨에게 직접 이야기를 했다. 그러나 B씨는 "A씨가 분대장이 아니기에 병영 생활 행동을 위반했다"라고 되레 지적했다. 


이후 B씨는 "간부가 안 해도 된다고 했다"고 주장하며, 군번줄 착용을 거부했다고 한다. 이에 A씨는 이 사실을 해당 간부에게 직접 확인하려 했지만, 그때 부대 내 집합 명령이 떨어졌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영화 '폭력의 씨앗'


간부는 B씨를 꾸짖은 A씨에게 "네가 나은 게 뭔데, 잘하는 게 도대체 뭔데. 할 일도 제대로 못 하면서 왜 애들한테 뭐라고 하냐"라고 지적했다. 이어 "군번줄을 꼭 해야 한다고 도대체 누가 그랬냐"라며 "앞으로 신병들한테 말도 걸지 마라"라고 경고했다. 


A씨는 "그 후 B씨는 군번줄을 지적한 다른 선임한테 '보십시오. 안 해도 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왜 가만히 있는 사람을 건드리냐'라고 했다. 선임들은 아무 말도 못 했다"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B씨가 '군번줄로 뭐라고 한 일병 X여 버리고 싶다'라고 말한 것을 간부에게 보고했다"며  "그러나 간부는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고 놔두라고 하셨다. 일·이병들에게 상·병장들 자체가 위협이라고 하시며 죄인 취급을 했다"고 덧붙였다.


이후 A씨와 B씨는 서로의 행동에 대해 '마음의 편지'를 작성했고, 조사를 받게 됐다. 처벌 대상은 A씨였다. A씨는 '병영 생활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다른 포대로 전출을 가게 됐다.


A씨는 "내가 욕설을 섞으면서 얘기한 것도 아닌데 이해가 가지 않는다. 병영 생활 어긴 거 인정하나 기준이 너무하다"면서 "신병이라는 이유로 B씨만 감싸고 열심히 한 사람이 이런 대우를 당한다는 게 정말 속상하고 회의감이 든다"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