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전준강 기자 = "최태원이 아니라, 최태원 할아버지가 와도 못 살려.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야"
2012년 3월, 최태원 회장이 무려 3조 4,267억원을 들여 하이닉스를 인수해 SK그룹에 편입시켰을 때 사람들이 했던 말이다.
다수 국내 대기업이 인수전에서 모두 손을 뗄 만큼 성장 동력이 없어 보이는 회사였다.
2011년 하반기 영업적자는 총 약 3,974억원이었다. 기업 내부에서는 "인수는 곧 기업 경쟁력 떡락"이라는 게 정설이 됐다.
숱한 전문가가 실패할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최 회장은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회사를 사들였다. 그리고 약 10년의 시간이 흐른 뒤 그 결과는 증명됐다.
시가 총액이 10조원대 초반이었던 하이닉스는 최 회장의 '인수+투자'와 함께 무려 90조 거대 기업이 됐다. 영업이익은 약 30배 더 커졌다.
'떡상'이라는 말이 이보다 더 잘 어울리는 기업이 또 있을까. 그래서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최태원의 하이닉스 인수는 2000년대 최고의 딜이었다"
역대급 '딜'로 SK그룹을 재계 순위 2, 3위에 오르게 한 최 회장.
이는 SK그룹만의 경사가 아니었다. 반도체는 전 세계 IT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축이 됐다. 반도체 경쟁력이 곧 국가 경쟁력인 것.
하이닉스는 삼성전자와 함께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의 중심이 됐다. 미국·중국·대만과의 경쟁에서 한국을 우뚝 솟게 만들었다.
최 회장은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까지 인수하면서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 세계 2위로 도약할 발판을 마련했다. D램 점유율은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반도체=국가경쟁력'인 지금, 대한민국이 전 세계 경제력 순위 10위로 평가받는 데에는 하이닉스 더 나아가 최 회장의 공이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그는 배터리(Battery), 바이오(Bio), 반도체(Chip) 등에 투자하며 전 세계를 무대로 삼았다.
5년간 글로벌 투자에 쏟아부은 돈은 48조원. 이 중 80% 이상인 38조원을 BBC에 투자했다.
오는 2월 14일은 밸런타인데이지만, SK그룹에게는 단순히 초콜릿을 주며 고백하는 날이 아니다. 이날은 하이닉스의 SK그룹 편입 10주년이다.
이날 SK와 국민들이 받게 될 10년 간의 하이닉스 성과 보고서는 그 어떤 초콜릿보다 달콤하지 않을까.
과연 BBC의 성과가 줄 달콤함은 어느 정도일까. 한 기업인의 혜안과 선택이 한 나라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훗날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