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07일(월)

헌법재판소 "만취한 상대와 성관계, 성폭력으로 간주해 처벌하는 건 '합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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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전유진 기자 = 술에 취해 '항거불능'의 상대와 성관계한 경우 성폭력으로 간주해 처벌하는 것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왔다.


9일 헌법재판소는 준강간과 준강제추행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이 확정된 성범죄자 A씨가 형법 제299조에 대해 '항거불능' 부분이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고 밝혔다.


형법 제299조는 심신상실 혹은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해 상대를 간음 또는 추행한 경우 준강간과 준강제추행죄로 처벌한다.


이에 A씨는 '항거불능'의 의미나 판단 기준이 불명확해 수사기관이나 법원의 자의적 판단이 가능하다며 '죄형법정주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헌법소원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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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는 '항거불능'이 불명확한 개념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헌재는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 감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형법 299조의 항거불능 상태를 불명확한 개념이라 보기 어려울 것"이라며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항거불능에 대해 "가해자의 성적인 침해행위에 있어 별다른 유형력 행사가 불필요할 정도로 피해자의 판단능력과 대응, 조절 능력이 결여된 상태"라고 판단했다.


A씨는 "술을 마시고 서로 합의한 채 성관계가 이뤄진 사안에서도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의 항거불능 상태가 인정돼 준강간죄로 성립하는 경우가 많다"며 술 마신 상대방과 성관계할 자유를 침해한다고도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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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는 "정신적·신체적 사정으로 인해 자기방어를 할 수 없는 사람이 원치 않는 관계를 거부할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상호 합의에 의한 성관계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한편 형법 제299조의 법정형은 3년 이상 징역형을 규정한 강간죄,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 5백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정한 강제추행죄와 같다.


A씨는 지난 2015년 7월 4일 항거불능 상태의 피해자를 2회 추행하고 1회 간음해 준강제추행 및 준강간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았으며 항소심과 대법원 판단도 이와 같아 실형이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