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다솜 기자 = 소위 '갑질'이라 불리는 괴롭힘, 특히 직장 내 괴롭힘은 사회적인 문제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하지만 이 '갑질'만큼이나 '을질'이 문제라는 반박도 없지 않다. 어떤 면에서는 '갑질'보다 악질적이라는 평가다.
단순히 '갑'의 위치에 있다는 것만으로 '나의 잘못'이라는 프레임이 씌워질 수도 있으니 말이다.
CASE 1. "이럴 거면 팀장을 맡지 않았을 거예요"
영수씨는 A 중소기업에 다니는 팀장이다. 그의 요즘 가장 큰 고민은 신입 팀원 기영씨다. 팀장이 되고 나서 첫 팀원으로 받은 기영씨에게 소위 '을질'을 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입이기에 실수가 많은 건 당연하지만, 같은 실수를 계속해서 반복하다 보니 업무에 차질이 생기곤 한다. 지적이라도 하는 날에는 '직장 내 괴롭힘'을 운운하며 인사팀에 달려가기를 몇 번째다.
결국 대부분의 일을 영수씨가 도맡아 하며 매일같이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영수씨는 차라리 팀원일 때가 훨씬 나았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한다.
CASE 2. "갑질 고객이 될까 봐 후기조차 남기지 못했습니다"
김주희씨는 얼마 전 염색을 하러 미용실에 갔다. 직원은 예약한 시술이 아닌 다른 시술을 권했고, 기존과 다른 시술이라 찜찜하긴 했지만 불만족 시 AS를 해준다는 직원의 말을 믿었다.
며칠이 지나도 원하는 색이 나오지 않아 재방문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알고 받으신 것 아니냐는 항의도 모자라 자신을 '갑질 가해자'로 만드는 직원의 태도였다.
억울함에 어디라도 하소연하고 싶었지만 정말 '갑질 진상 고객'이 되는 것만 같아 그대로 발걸음을 돌리고 말았다.
본인이 선택하지도 않은 '갑'이라는 위치 때문에 '약자 코스프레'를 악용하는 사람들에게 한 번이라도 피해를 봤던 사람들에게 책 '선 넘는 거, 습관이시죠?'의 한 문장을 소개한다.
"우리는 갑질 뿐만 아니라 을질 또한 경계해야 합니다. 누군가가 약자 코스프레를 펼치며 을질을 가하려 한다면 당황하지 말고 침착하게 갑과 을의 이분법적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상대와 동등한 위치에서, 정확하게 사실관계를 따져보는 게 중요합니다. '갑질?? 내가??' 당황하는 순간, 억울하게 가해자 겸 피해자가 되는 것이 '착한 갑'의 고충일 테니까요"
제멋대로 선을 넘나드는 사람에게 단호하게 안전선을 그어주자.
사실 갑질과 을질 모두 아무렇게나 마구 선을 넘나드는 사람들 때문에 생기는 문제다.
양보하고 배려할수록 우습게 보는 사람들에게 "또, 또, 선 밟으셨어요! 선은 넘지 말라고 있는 겁니다!" 단호하게 외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도로라는 길 위에 '교통사고'가 있듯 삶이라는 길 위엔 '고통사고'가 있다.
책 '선 넘는 거, 습관이시죠?'는 직장인 공감 글로 SNS에서 화제를 모았던 '회의하는 회사원' 서제학 작가와 '물깽툰'으로 사랑받고 있는 봄쏙 작가의 신간이다.
작가는 시도 때도 없이 '선'을 넘나들며 자신을 괴롭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도로 위에 교통사고와 고통사고에 비유한다.
선을 넘는 '고통사고 유발자'들에게 단호히 대처하는 실전 야매(?)팁을 번뜩이는 재치와 유머로 독자들에게 전한다.
이는 표지와 제목에서부터 사람들의 호기심과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제목과 표지만으로도 읽어보고 싶은 책'으로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며 출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베스트셀러에 바로 진입했다.
"표지랑 제목에 끌렸는데 내용은 더 끌린다", "읽는 내내 공감투성이의 책", "문장 하나하나 적어서 책상에 붙여두고 싶다", "단순히 말장난 같은 가벼운 책인 줄 알았는데 깊이가 있다" 등의 리뷰를 남긴 독자들은 '친구에게 선물해주고 싶은 책'이라고 입 모아 이야기하고 있다.
외부에서 치고 들어오는 고통사고의 선 뿐만 아니라, 내가 지켜야 할 '내면의 선'과 행복해지기 위한 '마음의 선'에 대한 작가의 문장들을 읽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 장을 읽고 있는 당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재밌는 에세이 한 편이 읽고 싶다면, 딱 내 이야기 같은 공감 스토리가 끌릴 때 이 책을 추천한다.
"남들 눈치 볼 것 없이 지금까지처럼 하면 된다. 그러다 뛸 생각이 들면 그때 또 뛰면 된다. 'High Lisk, High Return'이 진리라면 'No Risk, High Comfort'도 진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