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07일(월)

여자승객한테 맞아 '발치'한 뒤 트라우마로 공사장서 일하는 청각장애인 택시기사

인사이트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인사이트] 전유진 기자 = 청각장애를 앓는 택시 기사가 여성 승객에게 휴대폰으로 폭행당한 뒤 트라우마를 견디지 못하고 운전대를 놓게 됐다.


선천적으로 아무런 소리도 듣지 못하는 A씨는 최근까지 청각장애인들을 상대로 민간사업을 하고 있는 회사에서 택시 기사로 근무했다.


해당 택시는 일반택시와는 다르게 손님이 콜을 부르고 차가 배차되면 '청각장애인이 운전하는 택시'라는 안내 멘트가 나오면서 키패드를 통해 소통하는 방식의 구조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23일 A씨 차량에 탑승한 승객 B씨는 처음 도착지를 자양동으로 설정했지만, 구의역으로 목적지를 바꿔달라고 음성으로 말했다. 청각장애인인 A씨는 이를 모른 채 처음 설정된 자양동으로 향했다.


인사이트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알려진 바에 따르면 길이 잘못된 것을 알아차린 후 실랑이를 벌이던 B씨는 A씨를 휴대폰으로 여러 차례 폭행했다. 지금까지 온 길이 잘못됐으니 요금을 지워달라 요구하기도 했다.


A씨 가족 측은 "아버지가 폭행 이유도 알지 못한 채 좁은 차 안에서 불쌍하게 맞기만 했다. 휴대폰을 쥐고 어깨와 얼굴을 가격해 입술이 찢어지고, 치아가 흔들려 치과에 갔더니 너무 많이 흔들려서 치료는 불가능하고 발치를 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하여 어쩔 수 없이 발치를 했다"고 밝혔다.


이어 "경찰에 신고했더니 가해자가 이미 도망쳤기에 신원 파악을 하는데 시간이 좀 걸릴 수도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하지만 가해자를 금방 특정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폭행을 당한 다음날부터 누군가 회사로 A씨에 대해 '불친절' 사유로 악성 민원을 지속적으로 접수했기 때문이다. 이에 회사 측에서 A씨가 많이 다쳤다고 전하자 해당 승객은 "알아서 하라"며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는 전언이다.


인사이트YouTube '한문철 TV'


결국 A씨는 폭행 사건의 트라우마 때문에 자발적 퇴사를 결정했다.


사실 그는 과거 30년 동안 건설 현장에서 근속했지만 근무 중 어깨를 다치는 바람에 수술을 하게 되면서 현장일을 그만뒀었다.


이때 청각장애인도 택시 기사를 할 수 있다는 채용공고를 보고 다시 한번 사람들과 섞여 일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운전대를 잡게 된 것이다.


하지만 A씨는 그날의 사건으로 새겨진 깊은 트라우마로 인해 아직 회복되지 않은 몸과 마음을 이끌고 가족의 생계를 위해 건설 현장으로 돌아가 일용직으로 근무하고 있다.


인사이트YouTube '한문철 TV'


한편 당시 상황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은 유튜브 채널 '한문철 TV'를 통해 공개되며 누리꾼들의 공분을 샀다.


이후 해당 사건을 다룬 MBC '실화탐사대' 인터뷰에 등장한 B씨는 "폭행이 없었는데 신고를 한 것이니 허위 신고이고, 얌전하게 툭툭 쳤을 뿐인데 억울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또 A씨가 본인이 말한 음성을 듣지 못한 건 모르는 척을 한 것이고 이는 강력 범죄라고 주장했다.


다만 A씨 측에 따르면 해당 택시 차량 외부에는 수어 그림이 붙어있고 승객이 탑승하면 청각장애인이 운영하는 택시라는 안내 방송이 반복 재생된다며 청각장애인 기사라는 점을 확실히 인지하고 있던 상황이라고 주장이다.


A씨 측은 "사건이 발생한지 두 달이 넘는 시간 동안 며칠 전 가해자를 출석시켜 1회 조사를 진행한 것 외에는 어느 것 하나 해결된 것이 없다. 이 사건이 선례로 남아 현직에 종사하시는 택시 기사님들, 장애인 기사님들이 안심하고 안전운전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