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박상우 기자 = 최근 장기 기증을 결심한 2·30대가 늘고 있다. 이 중에는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보면서 장기 기증을 결심했다는 이들도 적지 않다.
드라마를 통해 기증자에 대한 의사와 환자들이 보인 예우와 덕분에 행복한 사람이 생기는 따듯한 그림이 그려지면서다.
하지만 이처럼 장기 기증자에 대한 예우가 높아진 건 불과 몇 년 되지 않았다. 지난 2017년 한 장기기증 사건으로 실망감을 느낀 기증자들이 일주일 만에 1,000여명이 장기기증 의사를 철회할 정도 였으니 말이다.
이같은 사태는 그해 10월 한 보도가 도화선이 됐다. 당시 SBS '8뉴스'에는 아들의 장기기증을 결정한 허군영 씨의 인터뷰가 담겼다.
그는 장기 기증을 결정했지만 후회만 남았다고 했다. 수술이 다 끝난 후 시신 수습과 장례식장 이송까지 모두 가족 몫이었기 때문이다.
허씨는 "병원이 수술을 다 끝낸 후 아들의 시신을 데리고 가라고 했다. 우리 아들은 85kg다"라며 "시신을 들지도 못한다. 차가 많이 흔들려서 내가 (아들 시신을) 많이 잡았다. 내가 이 꼴을 보려고 장기기증을 결정했나 엄청나게 후회했다"고 밝혔다.
당시 병원과 계약을 맺은 장례업체에서 앰뷸런스를 부르고 시신을 차 안까지 옮겼지만, 직원들이 동행하지 않았고 앰뷸런스엔 유족 한 명만 함께 탄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기준 국내 장기이식 병원은 77개다. 이 중 30개 병원이 유족에 대한 전문인력의 사후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과 협약된 병원의 경우 장례식장 이송은 물론 사후행정처리 절차까지 제공되지만, 그렇지 않은 병원은 이같은 사후관리가 되지 않는다.
이같은 보도가 난 뒤 당시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에는 하루 수백 통씩 장기기증 서약을 취소하겠다는 전화가 쏟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단 일주일 만에 1,000여명이 장기기증 의사를 철회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해당 법안은 개정됐다. 지난 2018년 12월 장기 기증자에 대한 예우 개선 등이 골자인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이하 장기 등 이식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이같은 논란은 다소 사그라졌다.
개정된 법에서는 뇌사 장기기증자의 장례 지원과 유가족에 대한 상담 등 사후 관리에 대한 지침을 마련하고 유관기관이 이를 따르도록 했다. 다소 미흡하다 지적받았던 기증자 예우를 강화하기 위해 법으로 명시한 것이다.
여기에 지난 3월 또 한 번 장기 기증자에 대한 예우를 강화하기로 했다. 앞서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3월 장기 기증자 예우 개선안 등이 담긴 '장기기증제도 실효성 제고방안'을 마련해 보건복지부에 권고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르면 내년부터 장기기증자와 그 유가족에 대한 예우가 강화된다. 뇌사 장기기증자 유가족의 납골당 등 공공 장사시설 이용료가 감면되고 생존 시 장기 기증을 약속한 기증자는 건강검진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