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정현태 기자 = 만화가 기안84를 왕따 논란에 휩싸이게 한 MBC '나 혼자 산다' 방송분 기획의 전말이 드러났다.
지난달 27일 MBC는 시청자위원회를 통해 '나 혼자 산다' 8월 13일 방송분 제작 계기와 과정이 담겨 있는 회의록을 공개했다.
전진수 예능기획센터장 설명에 따르면 제작진은 기안84의 웹툰 연재 마감을 기념해 출연자 모두가 오랜만에 정모를 가지는 기획을 추진했다.
당초 제작진은 전현무가 MC로 합류한 이후 출연진 간 스케줄 조정이 어려워 난항을 겪던 중 스튜디오 정기 촬영일인 월요일 저녁을 활용해 정모를 찍자고 정했다.
기안84와 전현무가 출발하고 나머지 멤버들이 후발대로 깜짝 등장하는 것이 처음 기획의 내용이었으나,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 조치가 발효되면서 계획이 어긋나게 됐다.
제작진은 정모를 계속 추진하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하고, 논란이 된 회차의 내용으로 기획해 방영했다.
전진수 예능기획센터장은 "잘못된 결정이 나온 것에 대해 제작진도 가슴 아파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그는 "그 당시에 아이템 자체를 취소하거나 기안84 씨에게 오늘 어쩔 수 없이 둘만 가기로 했다고 사실대로 이야기해 주고 촬영했으면 이런 비난이 생기지 않았을 텐데 이 부분에서 제작진의 깜짝 서프라이즈라는 콘셉트만 유지하고 나머지 출연자들의 출발을 취소한 것이 가장 큰 패착이었다고 생각한다"라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그는 "기안84의 순진무구한 캐릭터나 엉뚱한 점을 좀 더 살리고 싶었던 게 당시 제작진의 판단이었는데 그 부분에서 생각이 깊지 못했고 변명의 여지가 없다"라며 "이번 기안84의 따돌림 논란에서 제작진이 고른 선택은 어리석고 잘못된 것이었다"라고 덧붙였다.
전진수 예능기획센터장은 기안84 정모와 달리 김연경 선수와 국가대표 배구팀 동료들의 캠핑은 이뤄질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선수들은 백신 접종 완료자에 해당하기 때문에 2인 플러스 2인이 가능했다"라고 밝혔다.
또 그는 스튜디오에 멤버들이 모여 VCR을 보며 녹화를 진행하는 것에 대해선 "방송 제작 현장은 코로나19 방역지침 예외에 해당해서 인원수 제한에는 해당하지 않는 분야다. 또한 모든 촬영 전에 출연자와 제작진이 자가진단키트를 사용해서 검사하고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녹화를 취소하는 상황"이라고 알렸다.
반면 그는 '기안84 왕따 논란' 방송분 같은 경우 "'나 혼자 산다'는 리얼리티가 중요하기 때문에 시청자는 분명히 그렇게 모이는 것 자체를 실제 상황으로 인지할 수 있으므로 그날은 모여서는 안 되겠다고 판단했다고 한다"라고 전했다.
지난 8월 13일 방송된 '나 혼자 산다'에서는 웹툰 '복학왕' 완결을 축하하기 위해 기안84의 마감 샤워 편이 진행됐다.
기안84는 모임을 위해 놀이 프로그램과 장기자랑, 멤버들의 이름이 적힌 티셔츠 등을 직접 준비했으나, 참석자는 전현무뿐이었다.
당시 전현무는 서프라이즈라고 말했지만, 기안84는 충격을 받아 "애초부터 둘이 간다고 하지 그랬냐. 이게 서프라이즈냐"라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이후 기안84 왕따 논란이 일자 '나 혼자 산다' 제작진은 "멤버들 간의 불화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앞으로는 더더욱 제작에 신중을 기하도록 하겠다"라고 사과했다.
MBC 시청자위원회 조선희 위원은 "기안84 씨는 전현무 씨와 있는 현장에서도 스튜디오에서도 매우 실망한 모습이었다"라며 사과문에 대해 "의도, 기획 및 촬영 준비단계에서 무슨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서 사과하는지 전혀 드러나지 않은 사과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