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04일(금)

[인터뷰] 김유정 "깊은 향기가 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제 안에 있던 새로운 저를 마주하고 끄집어 낼 수 있었어요. 참 배운 점이 많았던 것 같아요. 촬영을 끝내고 나서 시원한 마음보다 아쉬움 마음이 컸으니까요. 여운이 남아 한동안 마음이 뒤숭숭했어요."

 

15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아역 스타 출신의 여배우 김유정(16)은 이날 개봉하는 영화 '비밀'의 촬영을 마친 소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김유정은 이번 영화에서 밝은 이면에 어두운 그늘을 가진 살인자의 딸 역할을 맡았다. 캐릭터의 성격, 상황, 감정을 철저히 분석했다는 김유정은 이전보다 한층 성숙된 연기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추격자'(2008), '해운대'(2009), '동창생'(2013), '우아한 거짓말'(2013) 이후 다섯 번째로 출연한 영화다. 2003년 어린이 광고 모델로 데뷔해 올해 연예계 활동 12년차인 그에게 이번 영화가 특별한 의미가 있을까.

 

"아기 때는 영화를 많이 했는데, 초등학교와 중학교 때에는 드라마를 많이 했어요. 그러다 보니 영화 관객들에게 제 어렸을 때의 모습이 강하게 남아있겠죠. 주로 밝은 캐릭터였는데, 이번에는 내면 연기가 중요했던 심오한 캐릭터에요. 시나리오를 읽고 나서 제가 맡은 정현이라는 캐릭터와 실제 제가 닮은 점도 있고, 연기하면서 닮아가기도 한 것 같아요."

 

김유정은 "이번 영화가 상영시간이 다섯 시간쯤 되면 좋았을 것"이라며 "다양한 인물들의 사연 깊은 이야기가 나오는데 시간제한 탓에 전체적으로 보여주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인터뷰 내내 나이답지 않은 어른스러움을 보인 김유정은 배우로서 나름의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작품을 할 때마다 새로운 모습과 가능성을 보여주려고 해요. 언제나 배운다는 자세가 있어요. 연기가 타고났다는 칭찬보다는 항상 노력하는 배우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

 

한창 사춘기일 나이인 김유정은 연예계 활동과 학업을 병행하는 일이 힘들기도 하고, 자신만의 고민도 많다고 털어놨다.

 

"제가 낯가림이 있는데다 친구들과 거의 떨어져 있다 보니 학교생활에 좀 어려운 점이 있죠. 아역 출신 배우들은 학교생활을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커요. 그러나 마음대로 안되죠. 저는 또 저만의 고민이 너무 많아요. 계속 고민하는 것 같아요. 무엇인가를 결정할 때 긴 시간을 두고 생각하는 편이거든요. 나중에 후회하더라도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제 감정에 집중해요."

 

스트레스가 쌓이면 어떻게 해결하느냐고 묻자 "영화를 본다"면서 "답답할 때도 그렇고, 무엇을 배우고 깨닫는데도 영화가 참 많은 도움이 된다"고 딱 부러지게 답했다.

 

최근에 감명 깊게 본 영화는 캐나다의 천재 감독 자비에 돌란 감독이 연출한 '로렌스 애니웨이'(2013)라고 했다. 여자가 되고 싶은 남자와 평범한 여자의 사랑을 감각적인 영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긴박한 스릴러나 액션보다는 조용하고 차분한 영화를 좋아해요. 묵직하고 여운이 남는 영화요. 물론 연기할 때는 다 좋지만요. (웃음) 영화는 거의 인터넷 사이트에서 엄마 아이디를 통해 내려받아서 봐요. 그간 영화 내려받기에 얼마나 많은 돈을 썼는지 모르겠어요.(웃음)"

 

연예 활동으로 포기해야 하는 것들도 있지만, 후회는 없다고 했다. 꽃다운 나이인지라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 무척이나 많았다.

 

"이 길을 택한 것을 후회한 적은 없어요. 아버지라고 부르는 성동일 선배님께서 여행하면서 많은 경험을 쌓으라고 하셨어요. 기회가 되면 저 혼자 여행을 많이 다니고 싶어요. 연극을 정식으로 배워 소극장 무대에서 제 연기를 관객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해보고 싶기도 하고요. 가족이 아닌 또 다른 말로 저를 위로하는 남자친구가 생기면 좋겠고요."

 

김유정은 성인 연기자로서의 자신의 모습이 아직은 잘 그려지지 않는다며 기대되고 떨린다고 했다.

 

"어떻게 성장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하고 기대되면서도 긴장되고 무섭기도 해요. 그래도 그날이 기다려져요. 깊고 아름다운 향기가 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성동일 선배님께서 제게 '눈빛이 좋은 배우'라고 말씀을 해주세요. 배우에게는 이런 말이 최고의 칭찬이죠. 성인이 돼도 이런 장점을 잃지 않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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