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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박상우 기자 = 국방부가 레이더 장비 실적에 초병이 세운 공적을 끼워 넣어 보고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 27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국방부가 국회의 요구로 발표한 '해안 감시 레이더 현황 및 실적 자료'에 레이더 실적을 취합해 보이면서 초병의 공적을 끼워 넣었다.
보도에 따르면 최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은 국방부에 '해안 감시 레이더 현황 및 실적 자료'를 요구했다.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해안 레이더가 유지비로 상당한 비용을 소모하며 일부를 관리 부대 간부들이 가로챈다'는 내용의 제보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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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국방부는 지난 23일 답변서를 보내왔다. 해당 자료에는 레이더 장비로 얻은 실적이 기록돼 있었다. 그런데 이 중에는 레이더 장비로 얻은 실적이 아닌 '여수 반잠수정 격침 사건'도 함께 기록돼 있었다.
해당 사건은 경계 근무를 서던 김태환씨(당시 이병)이 열감시 장비를 주의 깊게 지켜보다 간첩선을 발견해 격침한 사건이다.
지난 1998년 12월 17일 오후 11시께 전남 여수 육군 31사단 95연대 1대대 임포 해안초소에서 경계근무를 서던 김 이병은 열영상장비(TOD)를 보던 중 괴선박을 발견했다.
당시 김 이병은 선임 병사에게 보고한 뒤 대대장실로 알렸고 이튿날인 18일 오전 6시 50분께 경남 거제도 해상에서 격침됐다.
추후 조사 결과 해당 선박은 간첩선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침몰한 북한의 반잠수정에는 북한군 6명의 주검과 함께 북한 공작원의 문건이 발견됐다. 문건에는 민혁당의 기록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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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김 이병은 해안 레이더 장비를 활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방부는 열상감시장비를 사용했다는 언급하지 않고 해안 레이더 장비의 실적으로 바꿔 보고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국방부가 초병의 공을 가로챈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합참 관계자는 "여수 건은 작전 시간이 꽤 걸린 사건"이라며 "작전하는 동안 레이더도 참여한 건데 국회 요구를 우리가 잘못 이해해서 자료가 그렇게 나간 것"이라고 해명했다.
조 의원은 "군 당국이 초병의 공을 가로채는 허위 답변을 제출한 것은 얼마나 군의 경계시스템에 대한 기록과 관리가 주먹구구식인지 알 수 있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그러면 "군 당국의 경계시스템에 대한 총체적 감사 및 점검을 하고 예산 대비 효용성을 철저히 따져 보겠다"며 "초병의 육안보다도 못한 무용지물이라면 즉각적 개선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