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20대 근로자가 작업 중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전날 코로나19 백신을 맞아 팔에 통증을 호소하면서도 쉬지 않고 일을 나갔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현장에는 아버지도 함께 일을 하고 있었으나 사고를 막지 못했다.
지난 9일 오전 8시 20분쯤 서울 마포구의 지하철 6호선 공덕역·효창공원앞역 환기구에서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집진기 설치 공사를 하던 27세 남성 A씨가 10m 깊이 환기구에 추락했다.
사고 직후 바로 가까운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이날 11시쯤 숨을 거뒀다.
10일 한국일보는 A씨 유족과의 인터뷰를 전했다. 이에 따르면 A씨는 사고 전날 코로나19 백신을 맞았는데 팔에 통증이 극심했다고 한다.
밀린 빨래조차 제대로 돌리지 못할 정도였다.
아들의 아프다는 말에 민박집을 운영하고 있던 엄마는 다음날 서울로 올라가겠다고 했는데 이때의 전화가 엄마와 아들의 마지막 통화가 됐다.
A씨의 유족은 "아들이 백신을 맞고 팔이 아프다고 하니 지역에서 민박집을 하는 엄마가 올라오기로 한 날 하필 이런 일이 터졌다"며 "팔이 아프다는 통화가 모자지간의 마지막 통화가 됐다"고 했다.
A씨는 대학 졸업 이후 전기공사 관련 일을 하시던 아버지와 같은 직업을 택했다. 사고가 난 날에도 아버지와 함께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백신 탓에 팔이 아팠지만 쉬지 않고 일을 나갔다가 사고를 당했다. 아버지가 옆에 있었지만 비극을 막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에 따르면 얼마 전부터 아버지가 다니던 업체에 들어가 일을 하던 A씨는 착실하고 성실한 청년이었다. 군대에 있을 때도 휴가를 나오면 아버지 일을 도왔다고 한다.
그렇게 휴가를 나와 번 일당은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서 모두 어머니에게 드릴 정도로 착한 아들이었다고 유족은 말했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사고 현장에는 작업자 3명, 안전관리자 1명, 현장총괄자 1명이 있었다. 이중 한 명인 아버지는 아들의 사고에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작업자들과 시공사를 상대로 안전 수칙을 제대로 지켰는지 조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