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조세진 기자 = 한국 첫 패럴림픽 태권도 메달리스트가 된 '태권청년' 주정훈이 경기직후 한 말이 많은 이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고 있다.
지난 3일 주정훈(27·SK에코플랜트·세계랭킹 12위)은 일본 지바 마쿠하리 메세 B홀에서 열린 2020 도쿄 패럴림픽 태권도 남자 75㎏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이살디비로프와 '리벤지 매치'를 펼쳐 24-14로 승리했다.
기적같은 동메달이 확정된 순간 주정훈은 무릎에 얼굴을 묻은 채 오열했다.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주정훈은 "이제 상처를 당당히 드러낼 수 있다. 태권도로 돌아오길 잘했다"고 웃었다.
그는 "부모님께 자랑스러운 아들이 세계에서 3등을 했다. 낳아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부모님도 아들 자랑을 많이 하시면 좋겠다"고 전했다.
또 주정훈은 "부모님과 함께 메달을 들고 할머니를 뵈러 갈 것"이라면서 "할머니가 저를 못 알아보시더라도. 손자가 할머니 집에서 다치긴 했지만, 할머니 덕에 이 대회에 나올 수 있었다. 정말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자라면서 할머니께서 한탄을 많이 하셨다. 우리 손자 너무 잘 컸는데 나 때문에 이렇게 다쳤다고 자책하셨다. 이젠 그 마음의 짐을 덜어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주정훈은 어릴 적 맞벌이하던 부모님 대신 할머니와 함께 지내다 두 살 때 소여물 절단기에 오른손을 잃는 끔찍한 사고를 겪었다.
평생 죄책감에 시달리며 눈물 흘리던 할머니는 3년 전부터 치매 투병 중이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손자를 이제는 알아보지 못한다.
그런 할머니께 주정훈은 패럴림픽 메달을 따 목에 걸어드리고 싶다고 말해 왔다. 그리고 그는 한국 첫 패럴림픽 태권도 메달리스트로 이름을 올리며 그 약속을 지키게 됐다.
이제 주정훈은 2024년 파리 패럴림픽 금메달에 도전한다.
그는 "파리패럴림픽 경기장을 미리 찾아봤다. 꼭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은 가장 많이 노력한 사람이 가져간다는 것을 깨달았다. 파리에선 나도 1등을 할 수 있도록 죽어라 하고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