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박상우 기자 = 군 복무 중 극단적 선택을 한 병사가 당시 부대에서 지속적인 가혹행위에 시달렸던 사실이 확인됐다. 무려 42년 만이다.
이런 진실이 밝혀지기까지는 동생의 억울한 죽음을 알리기 위해 40년이 넘도록 포기하지 않고 싸워온 누나가 있었다.
지난달 31일 JTBC 보도에 따르면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는 지난달 26일 정기회의에서 당시 제13특전여단 소속이었던 고(故) 이용태 일병에 대한 순직 재심사를 국방부에 요청하는 결정을 내렸다.
지금으로부터 43년 전인 1978년 1월 제13특전여단에 배치된 이 일병은 입대 1년 4개월 만에 사망했다.
당시 이 일병의 가족들은 아들의 사망 소식은 접했지만 시신조차 제대로 보지 못했다고 한다. 이미 화장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1979년 5월 당시 군은 이 일병이 10㎞ 왕복 무장 구보를 마치고, 부대 내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밝혔다.
아들의 사망 소식을 믿을 수 없던 이 일병의 아버지는 3년 가까이 사망 신고도 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나 위원회는 42년만인 지난달 이 일병의 죽음이 군대 내 가혹행위와 지휘관의 감독 소홀 탓이었다고 결론냈다.
조사 과정에서 해당 부대 동료들에게 편평족(평발)이던 이 일병이 단체 구보에서 뒤처지자 '매일 군홧발로 차이고 맞았다'라는 취지로 증언이 나온 것이다.
또 "풀밭에 속옷 차림으로 허수아비 자세로 있게 했다", "맨발로 10km 넘게 뛰게 하고 몸에 찬물을 뿌렸다"는 등의 증언도 나왔다.
이 일병이 편평족 판정을 받은 기록도 징병 검사에서는 확인되지 않았고, 입대한 후에 판명이 났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당시 지휘관들은 이 일병의 편평족 사실에 대해 "병적 기록표를 볼 수 없어 평발인지 몰랐다"고 둘러댔다고 한다.
이와 관련 위원회는 병영 내 만연한 구타와 폭언 등 가혹행위와 지휘관의 감독 소홀이 주된 원인이 돼 사망에 이르게 됐다고 판단했다.
이 일병의 억울한 죽음이 42년 만에 풀어진 것이다. 이 일병의 누나는 매체에 동생에게 새 전투화를 전해주고 싶다고 했다.
이 일병의 누나 이춘자씨는 "뒷굽이 하나도 없이 이렇게 질질 끌고 동생이. (하늘에선) 마음 편하게 시간 측정 없이 새 신발 신고 다니라고…"라며 동생을 떠올렸다.
국방부는 위원회의 요청에 따라 고(故) 이용태 일병에 대한 순직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