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전유진 기자 = 정부가 지난 9년간 수조원을 들여 개발한 첨단 신약기술의 대부분이 국내에서 활용되지 못하고 해외로 빠져나가면서 장기적 관점의 국가적 손실을 초래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조명희 의원이 보건복지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ㆍ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 부처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올해 1월까지 국가신약개발재단 지원으로 개발된 신약기술 57건이 미국·중국·일본 등 국내외로 이전됐다.
자료 제출을 거부한 4건을 제외하고 총 53건 중 해외로 이전된 신약기술은 45.2%인 24건에 달했다.
해외로 이전된 신약기술의 계약 규모는 전체 계약 규모 14조8828억원의 98.6%인 14조6707억원에 육박한다.
기술이전 사례는 국가별로 중국이 7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미국 4건, 스위스‧멕시코가 각각 2건, 일본·러시아·프랑스·덴마크·베트남·브라질이 각각 1건이다. 나머지 29건은 국내 제약업체 등으로 이전됐다.
해외로 이전된 기술의 계약 규모가 14조 6707억원인 것에 비해 국내로 제약업체로 이전된 기술의 계약 규모는 전체 기술료 수익의 1.4%인 2121억원에 불과하다.
고부가가치 첨단 신약 기술 대부분이 정작 국내에서 활용되지 못하고 전부 해외로 빠져나간 셈이다.
국내에서 많은 세금을 들여 개발된 신약기술을 통해 정작 해외 제약업체들만 장기적인 수익을 보게 됐다. 심지어 국내서 개발한 기술임에도 불구하고 해외업체가 만든 의약품을 우리가 다시 구매해야 하는 모순도 발생한다.
결과적으로 신약기술의 과도한 해외 이전은 막대한 국가적 손실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제약업계는 이 같은 상황이 기술 상용화가 까다로운 국내 시스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미국 등 제약 선진국과 달리 신약기술 개발부터 제품화될 때까지 허가·승인 등에 필요한 가이드라인이 별도로 마련되지 않아 지원이 미흡하다는 설명이다.
조명희 의원은 "국민 혈세를 들여 첨단 신약기술을 개발해놓고 정작 해외 제약업체들만 이익을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내 신약기술의 과도한 해외이전을 방지하기 위해서 우리나라도 전문성을 갖춘 기관에서 전 주기에 걸친 단계별 허가‧승인 기준을 마련하는 등 신약기술 개발 및 관리시스템 전반에 대한 재정비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2011년 출범 후 신약 개발을 위해 9년간 장기적으로 진행된 '범부처전주기신약개발사업'은 지난해 9월 종료됐다. 9년간 총 1조원 규모의 예산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