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03일(목)

"30대 되면 결혼하고 애 낳으라고 강요"…한국 사회 '비정상'이라며 일침 날린 일리야

인사이트JTBC '비정상회담'


[인사이트] 권길여 기자 = 귀화한 러시아 출신 방송인 일리야 벨랴코프가 자신이 느낀 한국 사회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꼬집었다.


지난 9일 일리야는 SNS를 통해 일명 '한국식 인생표'를 비판했다.


한국에서 살면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게 있다면 바로 '한국식 인생표'라고 언급한 일리야는 연령대별로 해야 할 일과 하면 안 되는 일이 정해져 있는 거 같다고 얘기했다.


그가 예시로 들은 것은 한국에서 고등학생 땐 공부를 해야 하기 때문에 연애를 하면 안 된다는 거였다. 


또 20대에 대학교를 졸업하면 바로 직장에 다녀야 하고 30대가 되면 남들처럼 결혼을 해야 한다는 거다. 30대엔 연봉도 어느 정도는 높게 받아야 하고 30대 중반엔 아이도 낳아야 된다. 이후엔 '내 집 마련'을 위해 힘써야 한다.


인사이트JTBC '비정상회담'


일리야는 "(한국에서) 인생은 이미 다 짜여 있다. 답정너 사회생활"이라고 말하며 이 같은 고정관념 때문에 피해를 봤다고 토로했다.


그는 활동하는 분야에 대해 자신의 지식이 부족하다고 생각해 공부를 하려고 전문 학원을 알아봤는데, 30대 후반이라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학원 직원은 일리야에게 "다른 수강생들이 20대 초 중반인데 일리야가 끼면 분위기가 어색해진다"라며 독학으로 공부하거나 다른 곳을 알아보라고 했다고 한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공부조차 할 수 없는 현실에 일리야는 정상이 아니라며 답답해했다.


그는 온라인에서 우연히 본 40대 초반 남성의 이야기도 회상하며 답답함을 표했다.


인사이트Instagram 'daehan_russian'


일리야에 따르면 한 40대 남성은 대학교를 졸업하고 아버지와 함께 자영업을 해왔는데 코로나19 바이러스 때문에 잘 운영해오던 사업을 접게 됐다. 이에 남성은 지금부터라도 자격증을 따서 취업을 하려 했으나, 누리꾼들은 이 남성에게 죄다 '불쌍하다', '인생 망했다', '극단적 선택이나 해라'라고 막말을 했다고 한다.


일리야는 "40대에 건강하고 자영업 경험이 20년이나 되는 남성에게 해주는 조언이 극단적 선택?"이라며 황당해 했다.


남들 눈치 보고 기대치에 자신을 맞추려 하는 사람들이 한국에 유독 많다고 얘기한 일리야는 "(타인에게) 지나치게 강요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각자 자기 인생에만 집중하면 충분히 해결 가능하다"라고 전했다.


끝으로 그는 "아무리 내 가족이어도, 친한 친구여도, 결혼을 왜 안 하는지, '엄친아'처럼 대기업에서 고액 연봉을 왜 안 버는지, 다른 집보다 너네 집 애가 왜 학원 n군데 안 다니는지 관여 안 하면 안 될까. 그렇게 되면 30대에도 학원에 갈 수 있게 되고 40대에도 사업이 망한 후에 다음 사업을 시작하게 될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만들어지지 아닐까"라며 씁쓸히 글을 마쳤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