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강유정 기자 = 우연히 세계 최대 음란물 사이트 '폰허브'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 20대 여성.
그녀는 아무리 지우려고 해도 사라지지 않는 자신의 영상에 결국 극단적 선택까지 시도하기에 이르렀다.
겨우 살아난 그녀는 마음을 다잡았다.
"절대 두 번 다시 나와 같은 피해자가 나오게 하지 않을 거야"라고.
지난 18일(현지 시간)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알렉토 AI'라는 새로운 앱에 담긴 사연을 전했다.
매년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온라인 학대의 피해자가 되고 있다. 그들 중 대부분은 자신의 모습이 동의 없이 편집돼 좋지 않은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25살 중국 여성 A씨는 어느 화창한 봄날 오후 한 남사친으로부터 그녀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전화를 받았다.
그는 세계 최대 음란물 사이트 '폰허브(PornHub)'에서 A씨를 봤다고 전해왔다.
남사친이 보낸 링크에서 그녀는 익숙한 장소에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그녀가 십대였던 약 7년 전 미국에 살던 당시 남자친구가 촬영한 것으로 보였다. A씨는 자신이 몰래 촬영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고.
SCMP와의 인터뷰에서 A씨는 "정말 파괴적인 순간이었다. 나는 스스로를 매우 강하다고 생각하지만 말 그대로 그대로 굳어버렸다. 나는 더이상 살고 싶지 않았다"라며 당시의 심정을 고백했다.
결국 그녀는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 난간을 넘어섰다.
A씨는 "그때는 그게 나를 위한 유일한 탈출구였다. 너무 부끄럽고 무서웠다. 세상 사람들에게 배신당한 기분이었다"라고 토로했다.
그녀는 자신을 잃으면 가족들이 얼마나 고통을 겪을지 생각했지만 앞으로의 날들이 막막하기만 했다.
극단적 선택 시도 후 A씨는 간신히 살아남았다.
미국 유명 IT기업에서 일했던 A씨는 이를 활용해 반격에 나서기로 했다.
그녀는 자신처럼 불법 영상물로 인해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알렉토 AI(Alecto AI)'라는 앱을 개발했다.
'알렉토 AI'는 유저의 얼굴을 스캔해 인공지능을 이용, 온라인에 퍼진 유저의 이미지를 검색한다.
유저의 사생활을 보호하고 임의의 제3자에게 악용되지 않도록 생체 검증과 종단간 암호화(메시지를 보내는 순간부터 상대방이 받을 때까지 암호화한 상태로 전송하는 방식으로 중간에 누군가 가로채도 내용을 알아볼 수 없게 하는 것) 등 여러 보안 조치를 시행한다. 또한 서버에 데이터가 저장되지도 않는다고.
이뿐만이 아니다. '알렉토 AI' 앱은 유저들을 위해 비영리단체와 무료 소송에 응할 로펌들을 찾아주기까지 한다.
A씨는 '알렉토 AI'를 불법 촬영물 피해자 지원 단체 및 기관에 보낸 결과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았다고 밝혔다.
현재 A씨는 앱을 개발하면서도 여전히 불법 촬영물에 대한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고소 몇 달 후 그녀는 가해자가 멕시코로 도망가 사건이 종결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결국 그녀는 무료 소송을 해줄 로펌을 찾아 법정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마지막으로 A씨는 "나는 한때 변호사에게 말을 할 때 떨거나 울지 않고 말을 할 수 없었다. 내가 이 사업을 하는 이유는 나처럼 힘들어하고 있는 다른 피해자들을 돕기 위함이다"라고 전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 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 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