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03일(목)

'신내림' 받고 하늘 승천한다며 집 나섰다가 '나체'로 익사한 채 발견된 모녀

인사이트SBS '그것이 알고싶다'


[인사이트] 김재유 기자 = 한 하천에서 나체로 나란히 숨진 채 발견된 모녀의 사망사건이 종교의식과 관련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안기고 있다. 


지난 17일 방송에서 SBS '그것이 알고싶다(그알)'는 청양 모녀 사망사건의 진실을 파헤쳤다.


앞서 지난 1월 31일 충남 청양군 지천생태공원 갈대숲에서 여성 시신 2구가 발견됐다. 숨진 두 사람은 40대와 10대로 모녀 관계인 것으로 확인됐으며, 두 사람 모두 '나체' 상태였다. 


인사이트CCTV 속 하천 근처 나무로 향하는 모녀 모습 / SBS '그것이 알고싶다'


나체 상태로 발견된 모녀의 죽음에 수많은 의혹이 제기됐다. 아내 정씨의 남편이자 딸 아영양의 아버지인 김모씨가 범인이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그런데 '그알' 측과 만난 남편은 범인으로 몰린 것에 억울함을 호소했다. 진범이 밝혀지기를 바란다며 사건 당일 모녀의 행적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도 제출했다.


CCTV 영상 속에는 사건 당일 오전 2시 45분께 집에서 나와 골목을 걸어가다 갑자기 멈춰 서는 모녀의 모습이 담겼다.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두 사람은 하천으로 향하더니 이내 하천 근처에 있는 나무를 오르기 시작했다. 


잠시 나무에 머물다 내려온 모녀는 하천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이후 또다른 CCTV에 다시 등장한 두 사람은 물에 젖은 모습으로 계단을 올랐다. 


인사이트SBS '그것이 알고싶다'


무언가에 쫓기듯 어딘가로 분주하게 발걸음을 옮기는 모습이 영상 속 모녀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집을 나설 때부터 나무에 오를 때까지 모녀의 곁에는 엄마 정씨의 친언니도 있었다. 하지만 언니는 추운 겨울날 외투도 없이밖을 헤매는 모녀를 위해 겉옷을 가지러 집에 들어갔고, 그 사이 모녀는 하천으로 사라진 뒤 싸늘한 주검이 돼 돌아왔다.


어딘가 석연치 않아 보이는 이 사건을 파헤치던 한 기자는 모녀의 죽음이 종교와 연관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경찰은 이를 부인했지만, '그알' 제작진이 사건을 추적한 결과 모녀의 죽음은 종교의식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 발생 한달 전 딸이 자꾸 귀신이 보인다며 고통을 호소하자 정씨와 남편은 아이를 데리고 충남의 한 비구니 스님을 찾았다. 스님은 딸을 낫게 하려면 정씨가 신내림을 받아야한다고 말했고 정씨는 8일 뒤 속전속결로 내림굿을 받았다. 


인사이트SBS '그것이 알고싶다'


이후 스님의 말에 따라 수천만원의 돈을 들여 신당을 마련하기도 했다.


그런데 신내림을 받은 이후부터 정씨는 이상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동자에 빙의해 말을 하는가 하면 갑자기 남편을 때리는 등 돌발행동을 보였다.


실제로 사건 당일 모녀가 숨지기 직전에도 정씨는 자신의 친언니에게 "우리 하늘로 승천할거다", "하늘갔다가 왔다갔다 할거다" 등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씨의 남편은 그알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아내에게 내림굿을 한 스님의 정체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무속인이 아닌 스님이 내림굿을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직접 스님을 만나러 간 제작진은 스님에게 정씨 사건에 대해 물었고, 스님은 모녀의 죽음은 본인과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인사이트엄마 정 씨에 내림굿을 한 스님이 요구한 비용 / SBS '그것이 알고싶다'


하지만 제작진의 취재 결과 문제의 스님은 정식 절차를 거친 승려도, 정식 무속인도 아니었다.


스님은 또 퇴마굿 값, 내림굿 값, 명당집 이사 비용, 신당 인테리어에 대해 매번 수천만원의 돈을 요구해 1억 1천만원 가량의 돈을 받아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미 이 스님은 전부터 내림굿을 돈벌이처럼 삼는 등 무소유의 삶과는 거리가 먼 모습을 보여 제자들에게도 버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스님의 행동을 두고 전문가는 "내가 이야기한 대로 해야 큰일이 발생하지 않으니 굿값을 내라고 한 뒤 돈을 받으면 사기죄가 성립되고 실형 선고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 신내림 이후 이상증세를 보이며 승천하려 하는 엄마의 손을 뿌리치지 못하고 함께 안타까운 죽음을 맞은 딸의 모습에 대해서는 "자기를 대신해서 엄마가 희생하는 맥락에서 대신 신내림굿을 받아준 상황이라면 아이에게 엄마는 절대적으로 따라야 할 존재가 됐을 것"이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