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원혜진 기자 = '남성 호르몬 수치' 문제로 세계육상연맹과 법정 공방을 벌인 육상 선수 캐스터 세메냐(Caster Semenya, 30)의 도쿄행이 불발됐다.
지난 1일(현지 시간) 미국 매체 'CNN'은 벨기에 리에주에서 열린 육상 여자 5,000m 경기에서 세메냐가 15분 50초 91에 결승선을 통과해 도쿄올림픽 출전에 실패했다고 보도했다.
도쿄 올림픽 기준 기록은 15분 10초다. 세메냐는 지난달 30일이었던 남아공육상협회의 올림픽 참가 신청 마감일도 놓친 것으로 알려졌다.
세메냐는 육상 여자 800m에서 올림픽 금메달 2개(2012년 런던·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와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 3개(2009년 베를린·2011년 대구·2017년 런던)를 제패한 선수다.
그러나 세계육상연맹은 세메냐의 테스토스테론 분비량이 보통의 여성보다 높아 경쟁의 공정성을 해친다며 이후 제한 기준을 만들었다.
제한 기준에 따르면 남성 호르몬 수치가 높은 여자 선수가 400m, 400m 허들, 800m, 1,500m, 1마일(1.62㎞) 경기에 나서려면 약물 투여 등의 조처로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5n㏖/L 이하로 낮춰야 한다.
일반 여성의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0.12∼1.79n㏖/L이다. 공개된 적은 없지만 전문가들은 세메냐의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7∼10n㏖/L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세메냐는 외형과 사회성 모두 '여성'으로 판정받았지만, 신체적으로는 완전히 여성으로 판정받지 못하기도 했다.
신체 내부에 여성이 가진 자궁과 난소가 없는 것은 물론 남성이 가진 고환이 있기 때문. 덕분에 그는 테스토스테론이 활발하게 분비돼 월등한 운동 실력을 갖출 수 있었다.
800m 부문에서 세계 최강 자리에 군림했던 세메냐는 약물 투여를 거부하고 스포츠중재재판소(CAS)와 스위스 연방법원에 세계육상연맹을 제소했으나 패했다.
이 과정에서 WA가 세메냐를 "생물학적 남성"이라고 공격해 세메냐는 "큰 상처를 입었다"고 했다.
새롭게 생긴 테스토스테론 제한 규정 때문에 세메냐는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는 종목으로 5,000m를 새롭게 택했지만 올림픽 출전 기준에 미흡하면서 결국 도쿄행 올림픽 티켓을 놓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