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1] 김낙희 기자 = "우리 엄마가 아직 못 나왔어요."
50대 남성이 자신의 고향집인 충남 부여군 만지리 한 슈퍼에 방화를 한 뒤 밖으로 뛰쳐나와 이웃 주민에게 한 말이다.
이 방화로 50대 남성의 어머니인 A씨(80대)가 집 안 화장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4일 0시 47분께 발생한 불은 소방당국에 의해 1시간 30여분 만에 꺼졌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4일 오전부터 현장 감식을 벌여 방화로 결론냈다. B씨도 같은날 경찰조사에서 "라이터로 불을 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5일 "B씨를 현주건조물 방화치사죄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힌 상태다.
<뉴스1> 취재 결과, 모자지간인 A씨와 B씨는 친모·친자 사이는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A씨가 B씨의 친부와 결혼할 당시 이미 나이가 어린 B씨와 B씨의 여동생이 있었다. B씨의 친부는 오래 전 사망했다.
한 마을 주민은 "A씨가 B씨와 B씨 여동생을 친자식처럼 정성껏 키운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A씨와 B씨 친부 사이엔 자식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A씨는 슈퍼를 운영하면서 혼자 지내왔다"며 "그러다 아들이 내려와 함께 생활한지 얼마되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실제 B씨는 수개월 전 자신의 고향집인 충화면 만지3리에 전입신고를 했다. 마을 이장은 "지난 4월쯤 전입신고를 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마을 이장은 B씨에 대해 "마을 주민들과의 마찰이나 다툼은 없었다"며 "다만 어머니가 운영하는 슈퍼에서 술(막걸리)을 자주 마시곤 했다"고 기억했다.
이어 "어머니는 종종 치매 증상을 보인 데다 지병으로 쓰러진 적이 여러 번 있다"며 "주민들이 그때마다 구급차를 통해 병원으로 모셨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본인의 가정불화와 어머니의 지병이 겹치자 고향집으로 내려온 것으로 보인다"며 "B씨는 귀향 전 세종시에서 가정을 꾸려 생활했고, 운송업에 종사했었다"고 덧붙였다.
경찰 관계자는 "B씨는 어머니가 음주 문제로 잔소리를 하자 거실에서 이불에 불을 붙이고 혼자만 집 밖으로 피한 것"이라며 "평소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를 남겨두고 홧김에 불을 낸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이어 "A씨가 친자식이 아님에도 B씨를 5살 때부터 50여년간 애지중지 뒷바라지를 하며 키웠다"며 "그런 탓에 남은 가족과 이웃 주민들이 의아해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편 A씨의 장례는 현재 B씨의 여동생이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