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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유진선 기자 = 수술실 내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안에 대한 의료계의 반발이 거세다.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의료진이 위축돼 방어적으로 수술하게 되고, 의료 소비자들이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는 것이다.
다수의 누리꾼들은 "대리수술이나 성범죄 등 부적절한 일을 안 하는 의사들은 오히려 떳떳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의료계의 입장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이에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현직 의사의 글이 주목받고 있다.
블라인드
세브란스병원에서 근무 중인 A씨는 CCTV 설치 의무화로 피해를 보는 이들은 외과의들이라고 했다.
정작 대리수술 문제를 일으킨 성형외과나 척추관절병원에는 그리 큰 타격이 없다는 것이다.
A씨는 그 이유로 수술의 위험도 차이를 들었다.
그는 유명 성형외과들이 CCTV를 설치한 것으로 홍보를 하는 것을 두고 "어차피 그런 곳에서 하는 수술은 위험한 수술도 아니라 잘못될 일도 적고 소송 리스크도 적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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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외과 수술은 다르다. A씨는 "외과에서 하는 수술들은 잘 해도 환자를 잃거나 (상태가) 안 좋아질 확률이 높다"면서 "만약 환자가 잘못되면 보호자가 대형 로펌 끼고 CCTV 돌려보면서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아 보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의 생명과 연관되다 보니 소송 금액도 높을 수밖에 없다. 기본이 억대고, 수십억까지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A씨는 수술실 CCTV가 의무화되면 보수를 적게 받으며 힘들게 일하는 외과의들이 소송 리스크까지 짊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안 그래도 (외과는) 지금 인기가 없는데 30만 원짜리 수술 하고 10억짜리 소송 걸리면 생명 다루는 수술은 아무도 안 하려고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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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A씨는 CCTV 설치 및 관리비, 환자 알몸이 촬영된 파일 관리 등 다수의 쟁점이 있다고 했다.
A씨는 "성폭행하려고 CCTV 반대하는 의사는 없다"며 "그런 미친 의사들은 의사들도 싫어하고 나도 저런 사람들은 제발 제대로 처벌해 줬으면 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다만 법이라는 건 한번 만들고 나면 수정이 어려우니 여러 디테일을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한편 병원 수술실에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의료법 개정안은 지난 23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