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을 위해 작은 울림이 되고 싶었습니다. 설악산의 위기를 모르거나 외면하는 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꼭 지켜야 하는 곳이라고…"
지난달 국립공원위원회가 승인한 설악산 오색케이블카를 놓고 승인절차의 적법, 적정성에 대한 논란과 환경단체의 반발이 이어지는 가운데 설악산 보호의 중요성을 일깨우고자 한 가족이 해발 1천708m 대청봉 정상에서 바이올린 연주를 한 영상이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23일 유튜브에 올라온 10분52초 분량의 이 영상은 페이스북 등을 통해 전파되면서 조회수가 3천건을 넘어서는 등 소리 없는 반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화제의 영상에는 중년 부부와 3명의 아들이 등장한다.
엄마와 첫째, 둘째 아들은 바이올린 연주를, 남편과 막내는 현수막을 들고 등산객들에게 설악산 보호와 케이블카 설치 반대를 호소하고 있다.
비발디의 사계 봄 겨울, 그리운 금강산, 홀로 아리랑 등 3곡을 연주하는 엄마와 아들들의 표정은 그 어느 공연장에서의 연주보다 진지하고 이를 지켜본 등산객들은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연주가 진행되는 동안 등장하는 단풍이 물들기 시작하는 설악산 모습은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이다.
영상을 본 누리꾼들은 '감동적이다. 눈물이 난다'는 댓글을 달고 있다.
어렵게 수소문한 결과 이 영상에 등장하는 가족은 자연생태 연구와 관련한 프리랜서 일을 하는 박영욱(42·원주시)씨와 박씨의 아내, 그리고 세명의 아들들로 확인됐다.
박씨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우리가 바이올린을 짊어지고 대청봉에 오른 이유는 대부분 사람 관심 속에 설악산의 문제는 전혀 없기 때문이었다. 지키고 보전해야 할 자연인데도 먹고 살기에 바쁘기에 이 국토가 훼손되고 있는데도 그것에 관심 둘 여유조차 없이 살고 있다는 것이 너무도 안타까웠다. 많은 환경운동가가 시간과 돈을 투자하며 케이블카 반대를 외치지만 언론은 조용하고 국민은 관심조차 없는 이때에 자녀를 둔 부모들이 한 명이라도 더 관심을 갖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다…"라고 대청봉 연주의 이유를 설명했다.
박씨는 전화통화에서 "설악산을 위해 무엇인가를 하고 싶어 지난 22일 가족들과 함께 대청봉을 찾아갔다"며 "대청봉 연주 제의에 흔쾌히 응해준 아내와 아이들이 고맙고 영상을 본 모든 이들이 설악산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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