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21일(토)

50대 아저씨가 "머리 올려주겠다"며 골프 치러 가자는데, 이거 성희롱인가요?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TV조선 '조선생존기'


[인사이트] 전유진 기자 = '머리올리다'란 말의 정의는 '어린 기생이 정식으로 기생이 되어 머리를 쪽 찌다'란 뜻을 담고 있다.


동시에 골프 경기에서는 초보들의 첫 라운딩을 뜻하기도 한다.


지난 20일 온라인 커뮤니티 클리앙에는 "머리 올려준다는 말이 불쾌했던 이유"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글쓴이 A씨는 회사 입사 초기 5060 직장 상사들이 골프를 강권하며 어린 여직원인 본인에게 했던 말들이 돌이킬수록 불쾌하다고 전했다.


인사이트골프 / gettyimagesBank


"A씨, 내가 언제 머리 올려줘야 하는데"


나이 많은 직장 상사가 A씨에게 했던 말이다. 그뿐만아니라 "A씨, 타부서 B씨가 A씨 머리는 자기가 올려주겠다고 벼르고 있어요"라며 타부서 사람들까지도 A씨에게 같은 표현을 사용했다.


A씨는 "물론 다 지나가는 말이었고, 농담이었다는 걸 알고 있지만 성적 행위에서 유래된 말이기도 하다"라며 "아직은 일상에서 충분히 사용돼 성적 뉘앙스가 희석된 말이 아니라고 생각했으며, 이런 말을 한참 어린 여직원에게 하는 것이 부적절하다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A씨는 "그분들이 머리 올린단 말이 첫 성 경험에서 유래한 것이란 걸 몰랐고, 그래서 제가 불쾌함을 느낄 것을 헤아리지 못했을 거라 생각해서 예민 보스가 되지 않기 위해 웃으며 넘어가긴 했다"라고 당시 문제삼지 않은 이유를 말했다.


직장 서열 상 항거할 수도 없는 위치였기에 당사자에게 지적할 순 없었지만 A씨는 "제가 예민한 사람이라서인지 불쾌했던 건 사실인걸요"라며 누리꾼에게 불편한 감정을 토로했다.


그는 "저는 7년간 강렬히 머리 올리기를 거부하여 여전히 머리를 늘어뜨린(?) 상태로 있고, 제게 그런 말을 자주 했던 아저씨들은 슬슬 (저를) 피해 다니고 있습니다"라며 글을 마무리했다.


인사이트골프 / gettyimagesBank


A씨의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예민하신 게 아니라 직장 성희롱을 당하신 거네요", "듣는 사람이 불쾌하다면 안 쓰는 게 맞죠", "단어 자체가 문제라고 보진 않지만 오해 살 수 있는 맥락은 피하는 게 맞죠"라고 상사들의 경솔한 언행을 지적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어원을 따지자면 잘못된 게 맞는데, 필드 처음 나갈 때를 지칭하는 말로 골프 치는 사람끼리 워낙 흔하게 쓰는 말이라 성적인 코드를 담은 것 같지는 않다", "별게 다 문제다. 골프에서는 통상적으로 써요" 등 A씨가 예민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상황과 시대의 흐름에 따라 말의 어원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골프 치는 사람들 사이에서만 사용되는 은어를 어린 여직원에게 남발하는 직장 상사의 태도가 경솔했다는 사람들의 지적이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