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남하 기자 = 리버풀의 골키퍼 알리송 베커가 리그 경기 종료 직전 '극장골'을 터뜨렸다.
그리고 얼마 전 돌아가신 아버지를 추모하는 눈물의 세리모니를 했다.
17일(한국 시간) 리버풀은 영국 웨스트브로미치의 더 호손스 경기장에서 열린 웨스트브로미치와의 2020-21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36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2대1 승리를 거뒀다.
이날 두 팀은 전·후반 90분 정규시간이 다 지날 때까지 1대1로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있었다.
주어진 추가시간 4분마저 다 흘러가 휘슬이 울리기 직전, 리버풀에 마지막 코너킥 공격 찬스가 찾아왔다.
마지막 총공세를 위해 전방으로 달려온 골키퍼 알리송은 트렌트 알렉산더아널드가 찬 코너킥에 머리를 갖다 댔다.
그의 헤딩 모션은 그 어떤 스트라이커보다 우아했다. 그의 머리를 거쳐간 공은 웨스트브로미치 골문을 그대로 찢어버렸다.
알리송은 선수들과 엉켜 승리의 기쁨을 나눈 뒤 손을 들어 하늘을 가리켰다. 카메라에 잡힌 그의 눈시울은 불거져 있었다.
앞서 지난 2월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향한 인사였다. 알리송의 아버지는 브라질의 별장 근처 저수지에 빠져 운명을 달리했다.
알리송은 경기 뒤 "아버지께서 오늘 골 장면을 보셨기를 바란다"면서 "분명히 신과 함께 경기를 지켜보셨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리버풀 129년 역사상 공식전에서 골키퍼가 득점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EPL 전체에서도 골키퍼 득점은 총 6차례에 불과했다. 이중 헤더 골은 알리송의 득점이 유일하다.
리버풀로서는 다음 시즌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진출을 위해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경기였는데, 알리송의 극적인 극장골로 팀은 UCL 진출에 희망을 밝히게 됐다.
이날 승리로 리버풀은 UCL 진출 마지노선인 4위(승점 64) 첼시와 승점 차를 1점으로 줄였다.
이제 첼시가 남은 2경기에서 한 발만 삐끗하면 순위가 뒤바뀔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