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전유진 기자 = 1천 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대구의 전통주 '하향주'를 중국이나 일본에 내줄 수도 있는 상황에 처했다.
술에서 연꽃 향기가 난다고 해서 붙여진 아름다운 이름의 '하향주'는 신라 흥덕왕 때부터 밀양 박씨 종가에 의해 오랜 세월 전승된 우리 고유의 술이다.
지난 25일 매일경제는 대구 달성군 유가읍에 위치한 '하향주가영농조합'이 현재 대출 이자도 갚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경영난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소식을 접한 해외 투자자들이 하향주의 시장 가능성을 보고 큰 손을 뻗기 시작했다. 이들은 평소 한국 전통주로 선물 받고 술의 맛을 익히 인정하고 있던 터였다.
대구시 무형문화재 11호 보유자 박환희(72) 하양주가영농조합 대표에 따르면 중국의 한 사업가는 67억 원을 인수 금액으로 제시했다고 한다.
중국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하향주를 탐내는 건 마찬가지였다. 일본의 한 사업가는 "일본으로 가서 하향주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참으로 고민스러운 상황이었지만 박 대표는 "우리 술을 지켜야 한다는 신념으로 어려운 경영에도 지금껏 참고 견뎌왔다"라고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전통주를 향한 박대표의 신념도 곧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2013년 이후로 경영 상황은 급격히 악화됐다.
하향주는 전 과정이 박대표 홀로 직접 빚는 수작업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공정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2013년 이전 하루 생산량은 고작 200병 정도로 그쳤다. 밀려드는 주문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양이었다.
이 때문에 금융권 대출금까지 끌어모아 18억 원 가량을 독자적인 대규모 제조 공장과 창고 건립에 투자했건만, 심각한 판매 부진으로 대출금 이자를 갚지 못하고 결국 자산 매각 위기에 놓인 것이다.
하향주의 해외 매각 위기를 접한 누리꾼은 "대구시에 살면서 이런 술이 있는지도 몰랐네", "명백한 홍보 부족이다", "우리 전통을 우리가 지켜야 한다" 등 열띤 응원을 보내고 있다.
한편, 동의보감 기록에 따르면 하향주는 '독이 없으면 열과 풍을 제거하고 두통을 치료하며 눈에 핏줄을 없애고 눈물 나는 것을 멈춘다'라고 신통한 효능에 대해 기록돼 내려온다.
조선 광해군 때는 하향주를 맛본 광해군이 천하 명주라고 칭송해 해마다 10월이면 조정 진상을 위해 즐겨 찾았다고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