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이원선 기자 = YH사건 여성 노동자 강경진압 현장 사진을 보던 배우 봉태규가 녹화 중단을 요청했다.
지난 22일 방송된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시즌2'에서는 '101호 작전 흰 장갑의 습격 편'이 펼쳐졌다. 이날 방송에서는 YH사건을 되돌아봤다.
1979년 YH무역에서 해고 통보를 받은 여성 노동자들은 회사 운영 정상화를 요구하며 신민당사에서 농성을 벌였다. 당시 신민당 총재, 야당 대표 김영삼과 국회의원들, 기자들도 여공들에게 힘을 보태기 위해 함께 신민당사를 지켰지만 중앙정보부는 경찰 1천 2백 명을 보내 강경진압에 나섰다.
경찰들은 김영삼과 국회의원들, 기자들도 힘으로 끌어내며 반항하면 곤봉을 휘둘렀다. 힘없는 여공들은 짓밟히다가 손발이 들려 끌려나오기도 했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한 전경은 훗날 "사복들처럼 과격하진 않았지만, 전경 기동 대원들은 여공들의 머리채를 잡거나 젖가슴을 부여잡거나 했다"고 증언했다. 국민들에게 파급을 줄 수 있는 대학생 시위와 달리 여공들은 닥치는 대로 진압해도 좋다는 분위기였다고.
참혹했던 당시 사진을 보던 봉태규는 말을 잇지 못했다. 봉태규는 "이걸 너무 참을 수가 없다. 사람을 이렇게 (계층) 단계로 놓고 취급하는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특히 그는 "녹화 잠깐 끊었다가 가면 안 되냐"며 녹화 중단을 요청,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나기도 했다.
봉태규가 보던 사진 속에는 옷이 벗겨진 채 손발이 들려 끌려 나가는 여성 노동자의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어 보는 이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봉태규는 "(당시에는) 이거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일도 없었잖아. 이런 일이 비일비재했는데. 그런 게 너무 공포스럽다"라고 탄식했다.
이어 그는 "이 사건의 큰 줄기만 알고 있었는데 그 안에 여성노동자들이 이 일을 벌이기까지 어떤 마음이었고 삶이 어땠는지 오늘 방송이 아니면 몰랐을 거 같다. 알아야 할 일을 알게 돼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시즌2'는 매주 목요일 오후 10시 30분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