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박효령 기자 = 연쇄살인마 정남규의 육성 진술이 방송을 통해 최초 공개됐다.
지난 15일 방송된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시즌2'(꼬꼬무)에서는 '서울판 살인의 추억'이라 불리는 연쇄살인마 정남규 사건을 돌아봤다.
이날 방송에서는 13명을 살해하고 20명에게 중상을 입힌 정남규의 지난 2006년 영등포 경찰서 취조실에서 그가 직접 살인의 이유를 밝히는 영상을 공개했다.
경찰은 정남규에게 "어떻게 해서 그 집을 침입했냐"라고 물었고, 정남규는 "전철을 타고 00역 쯤 내렸다. 물색하면서 한 30여 차례 열어봤다. 우연히 문이 열려 있기에 들어갔고 (피해자가) 일어나자마자 내리쳤다"라고 말했다.
정남규는 "두세 차례인가 서너 차례인가 내리치고, 최종적으로는 불을 질렀다"라며 덤덤하게 이야기를 마쳤다.
경찰이 피해자에 대해 묻자 정남규는 "모르는 사람"이라며 "(여성 피해자를) 죽이려고 했는데 발로 차고 반항이 심해서 목을 조르고 그랬다"라고 대답했다.
마치 자신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듯 담담하게 말을 이어가는 정남규의 영상을 본 '꼬꼬무' 팀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경찰이 피해자의 옷차림을 묻자 정남규는 "사건이 많아가지고 그것까진 기억을 못 한다"라고 차분하게 말했다.
심지어 정남규는 진술하는 내내 추억을 떠올리듯 행복한 표정을 지어 보여 안방극장에 충격을 안겼다.
정남규는 피해자들에 대해 언급할 때도 단 한 번도 동요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 2004년부터 2006년까지 정남규는 서울, 경기 지역에서 총 24건의 범행을 통해 사망자 13명, 중상 20명의 피해를 입혔다.
강도를 하다 체포된 정남규는 경찰서로 가면서 "천 명 죽일 수도 있었는데"라며 아쉬워하는 모습을 보여 형사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이후 사형 선고를 받은 정남규는 살인을 하지 못해 우울하다며 스스로 재판부에 자신의 사형 집행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보냈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자 정남규는 지난 2009년 11월 구치소 독방에서 스스로 목을 매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를 본 일부 전문가들은 살인에 중독돼 있던 정남규가 자신을 죽임으로써 마지막까지 살인을 저지른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