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19일(화)

"고객님, 알아서 찾아가세요" 택배차량 진입 막은 갑질 아파트의 최후

인사이트서울 강동구 한 대단지 아파트 상황 / 온라인 커뮤니티


[인사이트] 디지털뉴스팀 = 서울 강동구의 대단지 아파트에서 택배 차량 출입을 금지하며 배송 기사들이 쌓아둔 택배들이 정문 근처에 그대로 방치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오늘(4일) 해당 아파트 단지의 복잡한 상황이 전해졌다. 단지 앞에는 주인이 찾아가지 않은 택배가 산더미처럼 쌓였다. 


앞서 약 5천 세대 규모의 강동구 A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시설물 훼손이나 아이들 안전사고를 우려해 지상 도로에서 차량 통행을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차량 통제는 지난 1일부터 시작된 상황이다. 긴급차량과 이사 차량 등 지상 통행이 꼭 필요한 경우는 제외하고 모두 지하주차장을 통해 이동하도록 했다.


하지만 '탑차'라고 불리는 일반 택배 차량은 차체의 높이가 진입 제한 높이인 2.3m 보다 높아 주차장 진입 자체가 어려웠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결국 지난 2일부터 배송 기사들은 뾰족한 수가 없어 출입구에 택배를 쌓아두고 고객들에게 직접 택배를 찾아가길 바란다고 연락했다. A 아파트 후문 경비실 입구에는 수천여 개의 택배 물품이 어지럽게 쌓였다.


직접 찾으러 나온 일부 주민들은 이 상황에 불편함을 표현했다. 아파트 입구까지 직접 찾으러 나오면 번거로울 뿐만 아니라, 쌓이는 동안 물품의 분실이나 손상도 우려되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택배 차량 지상 출입 금지 공지를 받지도 못했고, 결정에 동의하지도 않았다"라며 난색을 표했다.


한 택배 기사는 "지하주차장에 들어갈 수 있는 저상 차량으로 바꾸라"는 아파트 측의 주장에 "개인사업자인 기사들이 거액의 사비와 시간을 들여 개조할 여유는 없다"라고 밝혔다.


아파트 측은 지난해부터 택배사에 출입통제 방침을 충분히 예고했다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애초에 이 아파트는 지상에 차가 다니지 않는 '공원형 아파트'로 설계됐다. 줄곧 편의를 봐주다 주민들의 거듭된 요구에 제한을 시작한 것"이라며 일부 배송 기사들이 '배짱 영업'을 하는 거라고 덧붙였다.


해당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A 아파트 주민들은 3,500명가량이 가입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함께 대안을 찾기 위해 논의 중이다.


한편, 비슷한 경우로 지난 2018년 경기도 남양주시 다산 신도시의 한 아파트에서 입주민들이 택배 차량 진입을 거부했던 사례가 있다. 해당 사건은 아파트 주민들의 '갑질'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