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2007년 서울의 한 경찰서. 어딘가 불안한 모습의 여성이 경찰을 보자마자 자신이 성폭행을 당했다며 도와달라고 했다. 그녀의 양팔에는 멍 자국이 가득했다.
지난 8일 SBS '모닝와이드'를 통해 소개된 여학생과 교수의 성폭행 사건이 최근 누리꾼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에 따르면 경찰서를 찾은 여성은 한 달 전 오후 10시에 자신이 재학 중인 지도교수에게 면담을 받던 중 성폭행을 당했다고 진술했다.
진로와 등록금 문제로 고민을 토로하러 찾아간 자신에게 교수가 사적인 만남을 제안하며 성폭행을 했다는 것.
성폭행을 당한 이후 극도의 불안감과 우울증으로 휴학하고 극단적인 선택까지 고민했다는 여학생은 정신과 진료 기록까지 제출했다.
경찰은 가해자로 지목된 교수를 불러서 조사했다. 그러나 교수는 자신의 혐의를 극구 부인했다.
교수는 여학생이 진로와 등록금 문제를 토로해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있나 찾아본다고 답했는데 이후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시도해 서둘러 면담을 마쳤다고 했다.
둘 중의 한 명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 상황. 경찰은 여학생의 남자친구를 불러 사건 당일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물었다.
남자친구는 여학생이 교수와 면담을 하러 갔는데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밖에 나왔고 "휴학을 해야겠다"는 말만 남기고 자리를 피했다고 했다.
그날 이후 자신과도 연락이 끊겼다며 남자친구 또한 교수를 가해자로 지목했다.
하지만 교수는 이러한 남자친구의 진술에도 일관되게 결백을 주장했다. 사건이 미궁으로 빠질 때쯤 경찰은 여학생의 친구들을 대상으로 수사를 진행했다.
그중 한 학생의 진술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사건이 있던 당일 두 사람을 목격한 사람이었다.
이 학생은 "우연히 두 사람이 함께 있는 걸 봤다"며 "만약 성범죄가 있었다면 그럴 수 있었을까요?"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상황이 불리해진 여학생은 이때 추가 증거라며 녹음 파일을 제출했다. 녹음 파일 안에는 교수의 목소리와 여학생의 비명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녹음 파일을 듣고도 교수는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다. 오히려 녹취 파일이 조작됐다고 주장했다.
그 사이 여학생의 정밀 검진 결과가 나왔는데, 성범죄 피해자의 질 내부에서 발견되는 상처가 여학생의 몸에서 발견되지 않았다.
녹음 파일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교수의 목소리와 여학생의 비명이 서로 다른 장소에서 녹음된 것으로 밝혀졌다.
여학생은 그제야 자신이 성폭행 자작극을 꾸몄다고 진술했다.
평소 교수를 짝사랑하고 있던 여학생은 사건 당일 진로 상담을 빌미로 교수를 찾아가 애정 표시를 했으나 교수가 이를 단호하게 거부하며 거리를 두자 앙심을 품고 자작극을 꾸몄다.
여학생은 무고·명예훼손 혐의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형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