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재유 기자 = 신체검사서 '신장 장애'를 발견하지 못해 콜라빛 소변을 보면서도 30개월 간 나라를 위해 몸을 바친 한 병사가 있다.
그는 너무 늦게 병을 알아차린 나머지 투석까지 받는 몸이 됐으나, 나라는 그를 전역시킨 데 이어 치료까지 해주지 않고 있다.
지난 18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나이 30살 신장장애인됨"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게재됐다.
사연에 따르면 작성자 A씨는 고등학생 때 학교 자체 신체검사에서 미세혈뇨가 나와 동네병원을 찾았다.
진단 결과는 방광염.
그 후 A씨는 20살 군대 신체검사 때 단백뇨에 혈뇨까지 몸 상태가 심각하게 나와 재검사가 떴지만 끝끝내 현역 판정이 나와 입대를 하게 됐다.
당시만 해도 현역 판정이 뜬 만큼 '악성 방광염' 정도로만 생각했다.
군대에서는 무리할 때마다 콜라빛, 핏빛 소변을 봤다. 걱정이 돼 국군청평병원을 찾았지만 이때도 방광염 약을 처방하는 게 전부였다.
다행히 군대에 있을 당시 상황이 더 나빠지지는 않았고 상병 쯤 됐을 때 부사관을 지원해 간부가 됐다.
다만 이후 간부 신체검사에서 문제가 터졌다.
신체 검사 결과 처음으로 조직검사를 해야할 것 같다는 얘기를 들었고, A씨는 다음 날 바로 국군수도병원에서 조직검사를 진행했다.
검사 결과 A씨의 병명은 방광염이 아닌 IgA신증.
IgA신증이란 혈뇨를 일으키는 질환으로 사구체신염의 한 종류다. 이 질환은 약 25%의 환자가 10년 후 만성신부전으로 진행하는 나쁜 예후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 역시 20살에 받은 군대 신체검사 당시 신장 기능이 90%대 후반이었지만 군생활 30개월 동안 35%로 줄었다는 걸 알게됐다.
사실상 투석이 필요한 몸이 된 것이다.
다만 엉망이 된 A씨의 몸상태를 국가보훈처는 외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보훈처에 세 차례나 공상군경 신청을 했으나 보훈처는 "군 입대 전부터 있었던 병"이라며 "군생활이 병이 악화하는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확인 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A씨는 밝혔다.
A씨는 "현재 배에 구멍을 뚫고 관을 끼워 관에 물을 채우며 투석을 하는데 정말 아프다"며 "인생 망했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A씨의 사연에 한 누리꾼은 "내가 아픈걸 군의관이 찾아주는 게 아니라 내가 증명해야 된다"며 군 의료시스템을 비판했다.
또 한 누리꾼은 "군입대 전에 병이 있었던건 있던거고 악화된걸 모른척 하는 건 말도 안된다"며 보훈처의 태도에 분노했다.
이에 대해 인사이트는 19일 보훈처와 여러 차례 접촉을 시도했으나, 보훈처는 연락을 받지 않았다.
국가보훈처의 국가유공자 및 보훈보상대상자 자격 요건이 논란이 된 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5년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로 두 다리를 잃은 하재헌 예비역 중사에 대해 '전상'(戰傷)이 아닌 '공상'(公傷) 판정을 내려 논란이 일었다.
전상은 적과의 교전이나 무장폭동을 진압하기 위한 행위로 인해 입은 상이와 전투 또는 이에 준하는 직무수행 중 입은 상이를 의미한다. 반면 공상은 교육·훈련 또는 직무수행이나 중 입은 상이를 의미한다.
당시 보훈처는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하 중사의 부상을 전상으로 인정해줄 수 있는 명확한 조항이 없다며 '공상'으로 판정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불명확한 보훈처의 심사요건을 재정비해 군인들 복지가 사각지대에 놓이지 않게 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