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전형주 기자 = 두 달 가까이 이어진 윗집의 소음에 숨겨 왔던 '광기(狂氣)'를 꺼낸 주민이 있다.
윗집은 여러 차례 민원에도 반성의 기미조차 안 보였으나, 미처 예상 못 한 광기와 마주한 순간 납작 엎드려 사과했다고 한다.
그의 광기가 폭발한 건 얼마 전이다. 이사한 지 두 달을 겨우 넘긴 남성은 그간 지독한 소음 공해에 시달렸다.
소음은 앞서 사글셋방, 고시원 등 어지간한 곳도 수월하게 넘긴 그조차 쉽게 무시할 수 없을 데시벨이었다. 더구나 아이가 있던 윗집에서는 소음이 한번 나면 한두 시간은 기본이었다.
심지어 늦은 밤에도 소음은 이어졌다. 구루마(수레)를 끄는 듯, 소음을 넘은 굉음까지 들렸다. 남성이 관리 사무소를 통해 민원도 세 차례나 전달해봤으나 나아진 건 없었다.
결국 그는 특단의 대처를 꺼내 들었다. 윗집에 올라가 강한 인상을 남기고 돌아오는 것. 조폭을 연기하라는 조언이 많았으나, 마른 몸에 평범한 외모를 가진 그와 어울리지 않았다.
그는 고민 끝에 동네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사이코패스'를 연기하기로 했다. 옷까지 차려입고 소음이 가장 심한 저녁 9시 윗집을 찾았다.
문을 두드리자 뾰로통한 표정의 여성이 나와 그를 맞았다. 여성은 "누구냐"고 물었으나, 그는 대꾸도 없이 서늘한 눈빛으로 유심히 집안을 살폈다.
적막이 흐르고, 아이가 거실에 나타나자 그제야 "아...아...아랫집 사는데요"라고 말했다. 말을 더듬은 건 배역에 대한 몰입감을 더하는 장치였다.
여성도 쉽게 지지 않았다. 그는 "왜요, 하실 말씀이 뭔데요"라며 남성을 계속해서 다그쳤다.
다만 남성은 일언반구도 없이 조용히 아이만 쳐다봤다. 심상찮은 눈빛에 위기를 직감한 여성은 그제야 남성을 타일렀으나, 남성은 멈출 생각이 없었다.
그의 광기가 가장 절정에 이르렀을 즈음, 그는 연기에 방점을 찍는 한마디를 툭 던지고 뒤돌았다.
"너구나"
일면식도 없는 남성의 희열에 찬 목소리, 그리고 퀭한 눈빛. 누구도 의심할 수 없는 '진짜' 사이코패스였다.
완벽한 연기에 여성은 화들짝 놀라 뛰쳐나왔다. 계단까지 쫓아와 그에게 잘못을 빌며 재발하지 않게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했다고도 한다.
이 사연은 최근 여러 커뮤니티를 통해 전해지고 있다. 사연의 주인공은 이날 이후 다행히 더는 소음에 시달리지 않는다고 한다.
그는 "단순한 소음은 있었으나, 더는 아이가 뛰어다니지 않는다"며 "미친 X한테는 미친 X이 약인가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