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전형주 기자 = 여직원의 성폭력을 고발한 남성 공무원이 회사로부터 인사이동 등 부당한 조치를 받았다고 호소하고 있다.
회사는 여직원의 성폭력을 인정하면서도 납득할 수 없는 이유를 들어가며 그의 인사이동을 단행했다고 한다.
최근 익명 게시판 블라인드(blind)에는 "죽고 싶은데 죽고 싶단 말을 할 곳이 여기밖에 없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피해 남성에 따르면 사건은 반년 전 그가 같은 팀 여직원에게 고백을 받으면서 시작됐다. 여직원은 남성의 거절에도 뜻을 접지 않았고, 나아가 집까지 따라오는 등 스토킹까지 했다.
하루는 피해자가 "정말 너한테서 피할 방법이 죽는 것 말고 없을 것 같으니 제말 그만해달라"고 했는데도, 말을 걸거나 굳이 옆자리에 앉아 밥을 먹었다고 한다.
결국, 참다못한 남성은 주고받은 연락 내역과 CCTV 기록 등을 모아 감사관실과 성고충위원회에 여직원을 신고했다. 그가 요구한 것은 여직원의 인사이동뿐, 다른 건 없었다.
그는 또 회사에 "내가 이동하는 건 절대 원하지 않고 가해자의 인사이동이 어렵다면 아무 조치가 없어도 된다"고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얼마 뒤 회사의 인사 조처 대상이 된 건 오히려 피해 남성이었다. 남성이 불만을 제기하자 가해자도 함께 인사이동을 시켰으나, 남성의 복직이 이뤄지진 않았다.
더구나 인사팀은 여직원의 성폭력을 인정한 성고충위원회의 판단을 뒤엎기까지 했다. 재조사를 요구하며 여직원에게는 가벼운 징계조차 내리지 않았다고 한다.
피해자가 회사와 갈등으로 고통스러워하는 동안 가해자는 업무에 적응해 갔다. 아무렇지 않게, 즐겁게 지내고 있다는 얘기가 피해자의 귀에 들린 적도 있다고 한다.
피해자는 "내가 피해자인데 왜 가해자보다 더 힘들게 지내고 이렇게 싸워가며 힘들어야 하냐"며 "가해자가 행복하다는 얘기에 차라리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정신이 이상해졌다"고 했다.
"내가 남자라서 그런건지, 아니면 이 조직이 원래 그런 건지 모르겠다. 정말 죽고 싶다"며 극단적 선택을 암시한 대목도 있다.
성폭력 피해에도 침묵을 강요 받은 피해자는 A씨만이 아니다. 가해자의 보복도 문제지만, 여성에게만 초점을 둔 정부·지자체 정책에도 구조적 문제가 있다.
서울시가 직장 내 성폭력 근절을 위해 신설·운영하고 있는 '여성권익조사팀'이 대표적인 사례다. 피해자 중 여성의 비율이 높긴 하지만, 여성에만 초점을 둔 정책은 외려 '역차별'을 조장한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