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19일(화)

혈세 4500만원 들여 제작한 '위안부 영문 증언집' 2년 넘게 공개 안한 여가부

인사이트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 / 뉴스1


[인사이트] 성동권 기자 = 여성가족부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영문 증언집을 만들고도 2년 넘게 공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여가부와 학계에 따르면 여가부는 2019년 2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9명의 증언을 담은 책 '강제로 끌려간 조선인 군위안부들4:기억으로 다시 쓰는 역사'의 영문 번역본을 제작했다.


국문판 집필은 양현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서울대 박사과정생 등으로 구성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2000년 일본군 성노예 전범 여성국제법정 한국위원회 증언팀'이 맡았다.


해당 증언집은 내용을 대조할 수 있는 자료가 남아있는 9명의 증언을 추린 것으로 일제와 일본군에 의한 위안부 피해를 증명하는 객관적 자료로서 가치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영화 '어폴로지'


2018년 여가부는 산하 일본군위안부문제연구소와 4,500만 원 규모의 용역 계약을 맺고 국문 증언집 개정판을 영문 책자로 만드는 작업을 시작했다.


일본군위안부문제연구소는 2019년 작업을 마치고 여가부에 영문 증언집을 넘겼으나 증언집은 아직도 공개가 되지 않았다.


2년 동안 출판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여가부는 위안부 피해자의 사생활 보호, 저작권 침해·분쟁 등을 꼽았다.


현행법상 국가가 업무상 작성해 공표한 저작물이나 저작재산권의 전부를 보유한 저작물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지만, '개인의 사생활 또는 사업상 비밀에 해당하는 경우' 등은 예외로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여가부는 "당초 영문 증언집 발주를 할 때도 배포는 계획에 포함되지 않았다"라며 "할머니들에 대한 개인 정보가 포함돼 현재 여가부의 이용 승인을 받은 기관이나 개인만 이용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영문 증언집은 법률전문가의 자문을 거쳐 저작권 침해 등 문제를 해결하고 내용을 일부 공개할 예정이다.


하지만 여가부가 언급한 전문가 자문이 언제쯤 완료될지는 밝혀진 바 없다.


최근 램지어 교수의 논문이 큰 파장을 불러온 가운데 여가부가 방관자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