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자발적 매춘부'로 규정한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논문.
정부에서 이 논문을 사전에 파악하고도 적절한 대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은 논문에 대한 정부의 대응에 회의적인 입장을 밝혀 비판이 나오는 중이다.
19일 여가부와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정 장관은 램지어 교수의 논문으로 인한 파문이 일기 시작하던 때 논문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가부 고위 관계자는 "장관이 미리 원문으로 논문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 장관이 논문을 언제 읽었는지는 정확히 밝히지 않았다.
램지어 교수의 논문은 위안부 피해자를 공인된 매춘부로 표현하고 '여성이 자발적으로 매춘부에 응모했다'는 내용을 담아 파문이 일었다.
국내에 처음 알려진 건 지난 1일이었는데 그때로부터 2주가 지나도록 여가부는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다가 지난 16일이 돼서야 입장을 밝혔다.
여기서 여가부는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명예훼손 사례에 대해 매우 유감으로 생각하며 더 이상 피해자의 존엄과 명예를 훼손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18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 출석한 정 장관은 "램지어 교수의 논문이 알려진 후 2주간 여가부는 무엇을 했느냐?"라는 양 의원의 질문을 받았다.
정 장관은 "이미 많은 언론과 사람들이 문제를 제기했고, 저희가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논문에 대해서 바로바로 대응하는 게 적절한지 고민하고 있었다"고 답했다.
양 의원이 주무 부처로서 늦은 대응이었다고 지적하자 "논문 자체에 대응한 것이라기보다는 (이용수 할머니의 활동을) 방해하는 그런 활동에 대해서 대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논문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묻자 그는 "이 논문이 정부가 대응할 정도의 가치가 있는 논문인지 모르겠다"고 답변했다.
또 이용수 할머니가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해달라고 건의한 것과 관련해서 "외교부 소관이라 외교부가 대응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정 장관은 취임 이후 "위안부 피해자의 존엄과 명예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한국은 물론 미국에서도 대학생·지식인·정치권 인사 등이 램지어 교수 논문에 대해 비판을 쏟아내고 있는 상황에서 정 장관의 태도는 사안에 대해 외면하는 인상을 준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부로 규정한 논문에 여가부가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것이 적절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