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01일(금)

박철우 얼굴 피멍 들게 한 배구 감독 "난 숫기 없어···누가 사과하게 술자리 만들어줘"

인사이트이상열 감독 / 뉴스1


[인사이트] 디지털뉴스팀 = 12년 전 자신에게 폭행 당해 아직까지도 힘들어하는 선수에게 소주 한 잔 하며 풀고 싶다는 한 감독의 발언에 누리꾼들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18일 프로배구 한국전력 박철우는 OK금융그룹과의 경기 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정말 피꺼솟이네. 피가 거꾸로 솟는다는 느낌이 이런 것인가"라는 글을 올렸다.


이를 두고 누리꾼들은 과거 남자배구 대표팀 시절 자신을 폭행했던 이상열 감독을 향해 쓴 게 아니냐고 해석했다.


2009년 9월, 박철우는 대표팀에 소집돼 태릉선수촌에서 훈련하던 중 당시 대표팀 코치였던 이 감독에게 폭행을 당했다.


그는 선수촌에서 나와 기자회견을 열어 복부와 얼굴 상처를 공개했다. 이 사건으로 이 감독은 2년간 자격 정지 징계를 받았다. 


인사이트Instagram 'prewoo725'


OK금융그룹과의 경기에서 3대1 승리를 거둔 박철우는 경기 직후 인터뷰실을 찾아 SNS에 올린 글에 대해 설명했다.


예상대로 글은 이 감독을 향한 저격이 맞았다.


그는 "최근 이상열 감독님의 인터뷰를 보고 충격이 커서 이렇게 나서게 됐다"고 밝혔다.


지난 17일 이 감독은 경기 전 인터뷰에서 '학교 폭력' 논란에 대한 견해를 드러냈다.


이 감독은 "저는 (폭력) 경험자이기 때문에 우리가 더욱 조심해야 된다고 당부한다며 어떤 일이든지 대가가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인사이트Youtube 'KBS 스포츠'


이 감독은 폭력을 행사하면 반드시 인과응보로 돌아온다는 취지로 한 발언이었지만 12년전 이 감독에게 당한 폭행 트라우마에 아직까지도 힘들어하는 박철우에겐 그저 불편한 발언일 뿐이었다.


박철우는 "참고 조용히 지내고 싶었는데 그런 기사를 보고 나니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이 너무 많이 들었다. 하루 종일 손이 떨렸다"고 이 감독의 발언에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이러한 박철우의 인터뷰에 이 감독 역시 인터뷰를 통해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프로 감독 복귀 후 따로 사과를 하지 못한 것에 대해선 "100% 가식이라고 볼 것 같았다"라며 "미안하다고 해야 하는데 숫기가 없고 상대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몰라 주저했다"고 해명했다.


인사이트뉴스1


이어 그는 "누가 중재를 해서 소주 한 잔 먹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 감독의 '소주 한 잔' 발언에 누리꾼들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한 누리꾼은 "왜 가해자들은 술 한잔하면 풀릴 문제라고 생각할까. 피해자들은 풀 생각도 없고 기억에서 지워지는 것만을 바랄텐데"라며 이 감독의 이기적인 생각을 지적했다.


술기운을 빌릴 게 아니라 진심어린 반성부터 먼저 하라고 누리꾼들은 입을 모았다. 


한편 이 감독은 폭행 사건으로 2년간 자격 정지 징계를 받았지만 징계 기간이 끝난 직후인 2011년 한국배구연맹(KOVO) 경기 운영위원으로 배구계에 돌아왔다. 


이후 경기대학교 감독-SBS Sports 해설위원을 거쳐 지난해부터 KB손해보험 감독으로 재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