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전형주 기자 = 경북 구미시의 한 빌라에서 숨진 채 발견된 세살 여아가 수개월간 방치돼 있던 까닭에 미라 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살인 혐의로 구속된 친모 A씨는 아이를 버린 이유에 대해 "전 남편 아이라 보기 싫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14일 구미경찰서 등에 따르면 A씨는 조사 과정에서 "친부와 오래전 헤어졌고, 혼자 아이를 키우기 힘들어 빌라에 남겨두고 떠났다"고 진술했다.
또 "친부와 연락이 끊긴 지 오래됐고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경제적으로 많이 힘들었다"고 토로했다고 한다.
A씨는 6개월 전인 지난해 8월쯤 원래 살던 빌라 인근으로 이사했다. 이 과정에서 아이를 홀로 두고 떠났다.
그러면서도 최근까지 매달 지자체가 지급하는 딸 몫의 양육·아동수당 20만원을 받아왔다. A씨가 평소 가족에게 숨진 딸과 함께 사는 것처럼 속인 정황도 나왔다. 그는 또 다른 남성과 재혼해 둘 사이 아이를 둔 것으로 파악됐다.
숨진 아이는 지난 10일 오후 3시쯤 구미시 상모사곡동 A씨 빌라 아래층에 사는 외조부가 발견했다. 계약 만료로 집을 비워달라는 집주인의 연락을 받고 딸의 집을 방문한 외조부가 홀로 방치된 아이의 시신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시신은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운 상태였다. 발견 당시 집은 난방이 되지 않았고 주위는 쓰레기 더미가 가득했다고 한다.
경찰은 A씨의 살인 혐의 입증을 위해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친모가 아이를 죽이고 사체를 유기했는지, 집에 혼자 버리고 갔는지, 다른 곳에서 죽은 아이 사체를 빌라에 갖다 놨는지 등 여러 가지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다"고 했다.
A씨가 숨진 딸을 생전에 학대했는지 여부도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은 A씨가 이사할 당시 딸이 살아 있었다고 해도 부모의 보살핌이 필요한 3세 여아를 집에 혼자 방치한 사실만으로도 살인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지난 11일 숨진 여아의 사망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부검에 들어갔으며, 결과는 오는 18∼21일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