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남하 기자 = "엄마, 아빠 딸로 언니의 동생으로 살아서 행복했어"
페이스북 채팅방 등을 통해 또래 친구들에게 지속적인 괴롭힘을 받은 성폭행 피해 여고생이 결국 극단적 선택을 했다.
그는 세상을 떠나기 전 부모님에게 '사랑한다', '미안하다'는 내용의 편지를 남기고 떠났다. 무엇이 만 17살의 꽃다운 여고생을 죽음으로 내몰았던 걸까.
사건은 최초 지난해 9월 24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지연(가명)은 속해있던 페이스북 단체 채팅방의 혜정(가명)에게 인신공격을 당했다.
혜정은 과거 그가 처음 보는 남성에게서 성폭행을 당했던 일을 언급하며 그를 비난했다. 앞서 2019년 그는 또래 남학생에게 계획적으로 성폭행을 당한 바 있다.
그 채팅방에는 지연의 남자친구도 있었다. 거기서 혜정은 "쟤(지연) 선배랑 술 먹고 X 치고 강간으로 신고했어", "걸레 같은 X" 등 수위 높은 욕설을 쏟아냈다.
심지어 혜정은 그 단체방에 다른 지역에 살고 있던 친구까지 불러들여 지연을 험담했다. 친구가 학교를 다니는 지역은 지연이 전학을 고려하고 있던 곳이었다.
혜정의 비난은 계속 이어졌고 그의 친구들도 하나 둘 동조하기 시작했다. 지연은 엄연한 피해자였지만 불이익이 두려워 피해 사실을 숨겨야 했고, 사건이 알려질까 봐 전전긍긍하며 살다가 결국 목숨을 끊었다.
이 같은 내용은 그 후 부모가 그의 페이스북 계정을 확인하고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게 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보도에 따르면 지연이 목숨을 끊을 당시, 그는 마지막까지 희망을 잃지 않으려 했다.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팔로워가 늘은 것을 두고 "요즘 자존감이 최고다"라고 말하기도 했고 일기장에 '메이크업 학원 다니기', '운동하기' 등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나열하며 삶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이날 밤 그는 또다시 혜정의 호출에 밖에 나갔다 왔고, 울며 방에 들어가서는 편지를 남겼다.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편지에는 "많이 속 썩이고 그랬는데 너무 죄송하다. 다음에 엄마 딸로 태어나면 이 기억 간직하고 속 안 썩이고 같이 백화점도 가고 같이 놀러도 가겠다"며 가족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이 드러나 있었다.
마지막까지 살고자 하는 의지를 드러내며 삶의 의지를 놓지 않으려 했던 그는 죽음을 선택해야 할 정도의 고통 속에 힘들어 하다가 결국 세상을 떠나게 됐다.
2차 가해를 일삼았던 A양(혜정) 등은 경찰 조사를 받고 지난해 11월 기소의견으로 인천지검에 송치됐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 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 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