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박상우 기자 = 김창룡 경찰청장이 '정인이 사건'의 미흡한 처리를 인정하면서도 양부모의 살인죄 적용이 사실상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
아울러 재수사 역시 원칙상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미흡한 대응을 인정하면서 재수사를 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7일 김 청장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긴급 현안 질의에 참여해 '정인이 사건'에 대한 입장을 표명했다.
여야 의원들은 아동 학대 신고를 세 차례나 받고도 제대로 조사하지 않은 경찰을 한 목소리로 질타했다.
김 청장은 '(정인이 사건을) 살인죄로 재수사를 할 의지가 있느냐'는 질문에 "새로운 증거 발견 등의 변동사항이 없다면 재수사는 어려운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그는 "현재로서는 수사가 미진한 부분보다는 법률적용이 살인이냐 치사냐가 문제다"라며 "새로운 증거나 사실이 발견되지 않으면 재수사는 어렵다"라고 거듭 밝혔다.
김 청장의 답변에 서영교 행안위원장은 "정인이에게 췌장이 끊길 정도의 힘을 가한 뒤에도 입양모는 태연히 다른 짓을 했다"라며 "고의로 생명을 잃기를 바란 것일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정의당 이은주 의원도 김 청장을 질타했다. 그는 "3번의 의심 신고가 각각 다른 수사팀에 분산됐었다"라면서 신고 접수를 받은 경찰의 대응을 비판했다.
비판이 쏟아지자 김 청장은 "보호자의 주장을 너무 쉽게 믿은 게 아쉽다"라며 "관련 증거를 확보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던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시민들은 김 청장의 이런 발언에 "수사의 미흡함을 인정하면서도 재수사를 하지 않겠다는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법치주의 바로세우기 행동연대(법세련)은 8일 국민신고를 통해 경찰청에 정인이 사건 재수사를 촉구하는 진정서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재수사를 하면 자신들의 부실 수사가 탄로 날 것을 우려해 이를 감추기 위한 추악한 변명에 불과하다"라며 사건을 재수사하지 않으면 김 청장을 직무 유기로 고소하겠다고 예고했다.
경찰이 이런 반응을 보이는 가운데 검찰은 양모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하는 것을 고심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법의학자 3명에게 정인이의 사인을 재감정해달라는 의뢰를 했다. 재감정 결과에 따라 양모에게 적용했던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살인 혐의로 바꿀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