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고(故) 정인 양을 향한 추모가 뜨거운 가운데, 정인 양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봤던 의료진의 증언이 전해졌다.
5일 중앙일보는 남궁인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임상조교수와의 인터뷰 내용을 전했다.
남궁 교수는 지난 2일 방송됐던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 출연해 정인 양의 상태와 관련한 의학적 소견을 밝힌 바 있다.
특히 그는 정인 양의 컴퓨터 단층(CT), X선 검사 결과를 근거로 장기간에 걸친 학대가 이뤄졌다고 주장해 큰 충격을 줬다.
인터뷰에서 남궁 교수는 "정인이의 CT, X선 검사 결과는 아동학대 사례로 의학 교과서에 실릴만한 수준이다"고 밝혔다.
이어 "교통사고를 당하거나, 높은 곳에서 추락하지 않는 이상 아이가 일상생활을 하다가 복부 깊은 곳에 있는 췌장이 절단되는 일은 생길 수 없다"며 정인 양의 마지막 모습을 설명했다.
그는 "(정인 양이) 병원에 왔을 때 사실상 사망 상태였다"며 "이미 택시 안에서 심정지가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이에 급박하게 심폐소생술을 진행했지만 정인 양은 세 번째 심정지에서 회복하지 못하고 끝내 숨을 거뒀다.
남궁 교수는 "너무 천사처럼 예쁜 아이가 온몸이 맞아서 퍼렇게 된 모습에 의료진들 모두 피가 거꾸로 솟는 심정을 느꼈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 2018년 30대 위탁모가 15개월 여아를 굶기고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했던 '양천구 괴물 위탁모 사건'을 언급하기도 했다.
당시 사건의 가해자는 생후 6개월에서 18개월 사이 아이들을 돌보며 끔찍한 학대를 저질러 세간에 충격을 안겼다.
남궁 교수는 "가해자는 당시 '내 아이 어떡하느냐'고 울었다"면서 "자기가 한 일이 아닌 척 너무 슬픈 부모의 얼굴을 하고 있다"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남궁 교수는 신고의무자에 대한 보호가 이뤄지지 않는 것이 아동학대의 가장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학병원 의사들은 나은 편이지만 동네병원 의료진은 아동학대 신고를 했다가 가해 부모의 행패로 어려움을 겪는다"며 신고의무자 보호법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한편 정인 양은 지난해 2월 양모 장 씨 가족에게 입양된 후 상습 폭행을 당했다. 국립과학수사원의 부검 결과에 따르면 정인 양은 췌장이 절단되고, 소장·대장 등이 손상돼 사망에 이르렀다.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구속기소된 장씨는 오는 13일 재판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