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크리스마스, 이브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채 아침잠에서 깨어나지 못한 호텔 투숙객들은 갑작스러운 폭음과 매캐한 연기에 놀라 일어났다.
하지만 불은 삽시간에 번졌고 결국 호텔을 빠져나오지 못한 투숙객 163명이 목숨을 잃었고 63명이 다쳤다.
'크리스마스의 비극'이었다.
49년 전 오늘(1971년 12월 25일) 서울 중구 충무로에 있던 21층 높이 대연각 호텔에서 불이 났다. 1층 커피숍 LPG 가스 폭발이 원인이었다.
1층에서 발생한 불은 한지와 목재 등 가연성 물질로 마감된 내부 탓에 1시간 30분 만에 건물 전체로 퍼졌다.
갑작스러운 불에 놀라 잠에서 깬 사람들은 탈출을 시도했다. 계단과 엘리베이터는 모두 막힌 상황이었다.
낮은 층에 있던 사람들은 커튼을 연결해 내려오거나 옆 건물 옥상으로 뛰어내려 목숨을 건졌지만 높은 층에 투숙한 인원들은 빠져나올 수 없었다.
당시 국내에 있던 사다리차는 7층 이상 올라가지 못했다. 헬기도 동원됐으나 옥상에는 착륙장이 없었고, 설상가상으로 옥상 문까지 잠겨 있었다.
결국 많은 사람이 살기 위해 높은 곳에서 뛰어내렸는데 이 중 38명이 추락사로 목숨을 잃었다. 이 모습은 TV 생중계로 그대로 방영됐다.
불길은 오후 5시가 돼서야 진압됐다. 건물 내부에서는 수많은 시신이 발견됐다. 옥상 출입구에 잠긴 문을 열지 못하고 숨진 20여 구의 시신은 국민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다.
사고 직후 대연각호텔 화재를 두고 인재라는 지적이 흘러나왔다. 호텔 내부에는 별도의 비상계단도 없었고 스프링클러와 같은 소화 장비도 전무했다.
사고 이후 정부는 참사를 막기 위해 제도를 개편했다. 고층 건물의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화됐고, 일정 규모 이상의 대형 건축물은 화재 및 손해배상 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했다.
한편 현재 대연각호텔은 사라지고 해당 건물은 수리를 거쳐 '고려대연각타워'라는 이름으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