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천소진 기자 = 여성가족부가 홈페이지에 게재된 성폭력 소개 글에 '하트'를 붙여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성범죄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시켜야 할 여가부가 이를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17일 파이낸셜뉴스는 "여가부가 성범죄 심각성을 희석하고 있다"며 이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여가부는 최근 급증세인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않고 미흡한 대응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기준 여가부 어린이 홈페이지 안내 글 중 '성폭력이 뭐예요'라는 소제목 앞에는 분홍색 하트가 표시돼 있었다.
사랑 등 긍정적인 의미를 가진 하트를 성폭력 설명에 배치한 것이다. 다른 소제목에도 마찬가지였다.
여가부는 또한 성범죄 장면을 일러스트로 표현하기도 했다. 성인지 감수성이 반영돼야 할 이미지 대신 머리가 벗겨지고 민소매를 입은 남성이 핸드백을 든 여성을 뒤쫓아가는 삽화가 그려졌다.
일각에서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성별, 연령 등을 고정해놓고 피해 장면을 부적절하게 묘사한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여가부는 해당 매체에 "(하트는) 홈페이지 내 공통 말머리 기호"라며 "성폭력 심각성을 희석하려는 의도는 없었으나 그럴 가능성에 공감해 수정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일러스트에 대해서도 "특정 성별에 대한 고정관념을 심화할 수 있고, 가해·피해자의 외양묘사가 부적절하게 비춰질 수 있다는 점을 이해했다"고 답변했다.
보도에 따르면 여가부는 매체와 통화 후 1시간도 채 되지 않아 해당 내용을 전면 수정했다. 하트와 일러스트를 모두 없앴고, 성폭력 설명 내용도 일부 바꿨다.
조두순, 김근식 등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자들의 잇따른 출소 소식에 전국이 술렁이는 가운데, 주무부처인 여가부의 이러한 모습은 국민의 불안감을 더욱 높이고 있는 듯하다.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 건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이형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3세 미만 아동 성범죄 피해 건수는 1,217건으로 지속적으로 늘었다. 재범률 역시 4.4%에서 6.3%로 증가했다.
성범죄 심각성 교육 및 피해 예방을 위한 주무부처의 노력이 필요한 때다.